[기고] 로마의 한국문화원

  • 김희섭 (대구 수성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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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1  |  수정 2023-05-11 08:00  |  발행일 2023-05-11 제21면

[기고] 로마의 한국문화원
김희섭(대구 수성구의원)

3월 말과 4월 초 대구 수성구의회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연수를 다녀왔다. 여러 기관을 방문했는데 이탈리아 로마의 한국문화원을 방문했을 때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수백 년 된 3층짜리 건물에 자리 잡은 한국문화원은 내부 리모델링을 통해 다양하게 꾸며진 공간에서 한국과 한국문화를 알리는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먼저 전시실에서는 '한지: 삶에 깃든 종이 이야기'라는 주제로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이탈리아인에게 한지공예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현지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글·사랑방 체험, K-Culture 체험, 한복·민속놀이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도서관도 인상 깊었다. 그리 넓지는 않았으나 많은 책이 잘 분류돼 꽂혀 있었다. 한국문화에 관심 많은 이탈리아인들, 특히 한국어를 공부하는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이 많이 방문한다. 방문자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없느냐고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이탈리아어와 한국어가 함께 쓰여 있는 책이 없는 점을 꼽았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2017년 핀란드 연수 때의 일이 떠올랐다. 핀란드 헬싱키 파실라 시립도서관에는 한국어책이 수십 권 꽂혀 있다. 일반인 코너에는 출판된 지 오래된 40여 권이, 어린이 코너에는 약 20권이 있었다. 그때 한 권의 책이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권정생 선생이 쓴 '강아지똥'이었다. 순간 감동과 함께 저 책을 핀란드어로 번역해 이 도서관에 비치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 생겼다. 다양하고 매력적인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특히 한국의 자랑인 한글과 한국문학을 알리는 일은 참으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책을 번역하는 일은 전문가의 영역이어서 일반인이 하기에는 힘들 뿐만 아니라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당연히 국가기관이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해외 영사관이나 국내로 유학 온 능력 있는 외국인 등을 통해 한국의 좋은 책을 여러 언어로 번역하고 각국의 국립·시립도서관과 한국문화원에 보급하는 사업을 시행했으면 한다. 현재 프랑스에선 떡볶이가 단일 메뉴로 식당에서 팔리고 있다고 한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혹시 한국의 전래동화가 이솝우화나 그림동화 못잖은 세계적 인기를 누릴지 누가 알겠는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김희섭(대구 수성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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