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부산 기장 해동용궁사 답사기…중생 누구나 아침에 기도하면 저녁에 복 받는 곳

  • 김찬일 시인·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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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9  |  수정 2023-05-19 13:49  |  발행일 2023-05-19 제38면
고려시대 공민왕 왕사 나옹스님 창건

부처 진리 찾으려 토굴 짓고 수행정진

배 쓰다듬으면 아들 낳는다는 득남불

극락교에선 동전 던지며 소원 빌기도

푸른 바다 향해 자비로운 미소 짓는

해수관음대불 앞에 서면 번뇌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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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용궁사의 수려한 비경.
5월은 사람들이 시나브로 꽃이 되는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세계인의 날, 부부의 날, 부처님 오신 날이 있다. 그러니까 자기 삶의 어둠을 밝혀 줄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5월에는 가족과 스승을 찾고, 부처님께 절하고, 꽃이 되어 꽃이 된 자기를 어린이, 부부, 어버이, 스승의 가슴에 그 꽃 즉 자기를 달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너와 당신에게 인간의 향기를 애면글면 뿌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기장 해동용궁사 입구 바위 터널을 지나자 바다가 나타났다. 해변에는 수려한 기암괴석이 터무니없이 아름다웠다. '해동제일관음성지'라는 현판이 누에가 기어가는 것 같다. 모자상을 지나고, 득남불을 만난다. 배를 쓰다듬으면 아들을 낳는다고 한다. 남아선호사상의 흔적이다. 얼마나 손길이 닿았는지 배가 새까맣다. '내가 이 세상에 올 때는 어느 곳으로부터 왔으며 죽어서는 어느 곳으로 가는고. 재산도 벼슬도 모두 놓아두고 오직 지은 업을 따라갈 뿐이네. 법구경에서'란 글귀도 보인다. 인간 존재에 대한 정답이다. '바다도 좋다 하고 청산(靑山)도 좋다거늘 바다와 청산이 한곳에 뫼단말가. 하물며 청풍명월 있으니 여기 곳 선경(仙境)인가 하노라.' 춘원 이광수의 글귀도 읽어본다. 108계단을 오르면 용궁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절로 들어가는 극락 다리에서 동전으로 소원치기를 해본다. 동전을 던져 그릇에 동전이 들어가면 소원성취한다고 한다. 그릇 주위에 동전이 수북이 쌓여있다. 모두 어떤 소원들이 있었을까. 절 안 동쪽에는 아기 부처 몸을 씻기려고 줄을 서 있다. 아기는 천진불이라고 하는데 무엇을 씻겠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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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용궁사의 연등, 삼층 석탑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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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등에 업은 해동용궁사의 금동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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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용궁사의 승천하는 용.
해동용궁사는 고려 우왕 2년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스님(1320~1376)에 의해 창건되었다. 나옹스님이 20세 때에 이웃의 동무가 죽는 것을 보고, 여러 어른에게 물었다. "죽으면 어디로 갑니까?" 모두 모른다고 하였다. 이에 슬픈 생각을 품고 문경 공덕산 묘적암의 요연 선사에게 가서 머리를 깎았다. 나옹스님이 구법(求法)으로 국토를 순례할 때 현 자리에 당도하여 지리를 보니 "배산임수(背山臨水) 조성모복지(朝誠暮福地)다. 즉 뒤는 산이요 앞은 아름다운 푸른 바다로, 아침에 불공을 드리면 저녁에 복을 받는 신령스러운 곳이다" 하고 이곳에 토굴을 짓고 수행정진 하였다고 전한다. 그리고 시를 지어 말하기를(頌曰) '옛적부터 푸르고 푸른 끝닿은 데가 없는 바다 위에(萬古蒼蒼無邊海) 아침마다 붉은 태양이 온 우주를 비추도다(一朝光明遍照天). 세 분의 부처님(법신·보신·응신)이 선정에 들어 모든 파도가 없어지니(三佛入定滅海波) 모든 중생 누구나 아침에 기도하면 저녁에 복을 받는 자리로다(衆生朝誠暮福地)'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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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용궁사의 대웅보전.
대웅보전으로 간다. 아득한 옛날부터 숱한 신비와 변화, 전설을 머금고 인류와 역사를 함께한 바다. 잔잔한 평화와 폭풍우를 동반한 성냄도 있었던 바다. 검푸른 바다가 바투 눈 아래서 철썩철썩 염불하는 수상 법당 대웅보전이다. 대웅보전의 대웅은 누구인가. 석가모니이다. 불교는 석가모니의 깨달음과 가르침에서 시작되었다. 석가모니의 본성은 고타마이며 이름은 싯다르타였는데, 진리를 깨달은 이후부터 부처님(Buddha)이라 불리게 되었다. 부처님은 BC 624년에 탄생하여 544년에 열반하셨다. 석가모니는 석가족이 세운 카필라 왕국의 정반왕과 마야왕비 사이 외아들로 태어났다. 마야 왕비는 당시의 풍속에 따라 출산하기 위해 친정으로 가던 도중, 룸비니 동산에서 싯다르타를 낳았다. 마야 왕비는 출산 후유증으로 7일 후 세상을 떠났다. 왕자 싯다르타가 19세일 때 석가족의 콜리 성주의 공주 아쇼다라와 결혼, 라훌라가 태어났다. 싯다르타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부귀공명을 다 얻은 왕자의 신분이었지만, 왕위 계승보다 인생의 근본 문제인 생로병사(生老病死)에 대한 번민으로 더 괴로워했다. 드디어 29세 때 모든 지위를 버리고 출가했다. 그건 정말 위대한 포기였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부처님을 표현할 때 가장 위대한 포기자(The great renunciation)로 번역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당시 가장 유명한 두 명의 스승에게 배웠으나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혼자 힘으로 깨달음을 얻고자 두 스승을 떠났다. 그리고 가야의 네란자라 강가 숲속에 자리 잡아 깨달음을 얻기 위해 극심한 고행을 하였다.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부처님은 "나 이전에 나 이후에도 이렇게 심한 고통을 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독백했다. 그러나 육체의 극한적인 고행으로, 몸만 쇠약해지고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드디어 부처님은 네란자라강에 몸을 씻고 고행을 그만두었다. 그때 마침 지나가던 수자타라는 소녀로부터 죽을 얻어 마시고 기운을 차린 후, 보리수 아래에 앉아 수행에 집중해 며칠이 지난 새벽에 드디어 깨달음을 이루었다. 출가 6년 만인 35세 때였다. 즉 부처가 된 것이다. 그 깨달음이란 '모든 것은 원인에 의해 결과가 있는 것이며, 그 어느 것도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관계에 의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행불행 모든 고통은 신(神)이나 운명(運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은 원인에 의해 받는 결과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고통 속에 사는 것은 무엇이 진리(眞理)인지를 모르는 무명(無明)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연기법(緣起法)이다.

이후 부처님은 각계각층의 수많은 사람을 가르쳤다. 그러다가 쿠시나가라 사라쌍수 아래에서 대지를 붉게 물들이는 장엄한 황혼처럼 80세를 일기로 위대한 생애를 마쳤다. 부처님은 정신적인 해탈과 도덕적인 위대성을 갖추고, 깨달음과 자비를 지닌 분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도로 높이고, 인류에게 그 위대성을 보여준 참으로 경이로운 분이셨다. 알렉산더, 나폴레옹, 칭기즈칸은 무력과 위력으로 세계를 지배한 영웅이었지만, 그분은 자비로 세계를 정복한 영웅 중의 영웅, 즉 대영웅(대웅)이셨다.

[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부산 기장 해동용궁사 답사기…중생 누구나 아침에 기도하면 저녁에 복 받는 곳
김찬일 (시인·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참배하고 해동용궁사의 비경을 볼 수 있는 해수관음전으로 올라간다. 협주곡의 건반처럼 밀려오는 파도와 먼바다의 가물거리는 해무, 마치 무한대의 자유처럼 연기법으로 출렁이는 바다는 해탈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기묘한 바위군(群)이 해안을 장식하고 일출암과 방생터는 정말 감탄의 비경이다. 해수관음보살은 저 바다 같은 마음과 귀로 중생의 아픔과 신음을 듣고 즉 중생이 아프니까 자기도 아픈 것이다. 그 헤아릴 수 없는 자비로 중생의 고통을 소멸하시는 분이 해수관음보살이다. 얼마나 자비롭고 거룩한가. 온몸으로 경배를 한다. 돌아 나오며 극락교를 건넌다. 극락은 어떤 곳인가. '마음이 바르면 계율이 무슨 소용이며, 참선이 무슨 필요인가. 은혜를 알아 어버이를 섬기고, 믿음으로 서로 사랑하라. 겸손과 존경으로 위아래 화목하고, 참으면 나쁜 일들 조용히 사라지네. 나무 비벼 불을 얻듯 하면 진흙에서 붉은 연꽃이 피리라. 입에 쓰면 좋은 약이니 거슬리는 말이 명약임을 기억하라. 허물을 뉘우치면 지혜가 일고, 잘못을 감추면 어질지 못하다. 나날이 한결같이 좋은 일 하면 깨닫는 데 시줏돈이 필요 없다. 진리는 그대 마음에서 찾아야 하거늘 어찌하여 밖으로만 찾아 헤매나. 그대 이 가르침 따라 닦으면 극락이 그대 앞에 펼쳐지리라.' 극락은 이렇게 하여 가는 곳이구나. 절 문을 나서며 나옹스님의 선시를 읊조린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잡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이제 이름과 형상을 다 끊어 버렸다.

글=김찬일<시인·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유판도 여행사진작가

☞문의: 부산 기장 해동용궁사 (051)722-7744
☞내비주소 : 부산 기장군 기장읍 용궁길 86
☞트레킹 코스 : 해동용궁사 경내
☞인근의 볼거리: 아홉산, 해운대, 유람선 미포 선착장, 누리마루, 광안대교, 벡스코, 송정해수욕장, 대변항, 장안사, 동백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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