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농지 활용 태양광발전, 농촌·농민 위한 것이어야

  •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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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8  |  수정 2023-05-18 06:54  |  발행일 2023-05-18 제22면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시대

자연 파괴 없는 농지의 활용

영농형 태양광발전을 통해

농촌의 고령화·공동화 방지

농민소득 창출 계기 삼아야

[더 나은 세상] 농지 활용 태양광발전, 농촌·농민 위한 것이어야
정재학 영남대 교수

지난 12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의 주관으로 농지 활용 태양광을 통한 농가 소득 제고 및 탄소중립 기여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농지 활용 태양광 세미나가 열렸다. 이 분야의 전문가, 공기업 대표, 관련 사회단체, 농촌경제연구원 등 농민 관련 단체 대표들이 참석하여 열띤 찬·반 논쟁을 벌였다.

농지 활용 태양광발전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널리 실증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이 특별한 방법의 태양광발전을 '영농형태양광발전(Agrivoltaics)'이라 명명하였다. 독일과 일본에서는 영농형태양광발전을 법, 규정으로 정의하여 시설물을 논과 밭에 설치할 때 지켜야 하는 설치 지침서를 발간하였다. 또 미국 에너지성(DOE) 산하의 신재생에너지 연구원(NREL)에서는 태양광발전을 보다 친환경적인 영농형태양광발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논설을 발표하였다. 지난 4월12일부터 3일간 대구 EXCO에서 이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국제학술대회인 'Agrivoltaics-2023'가 그린에너지엑스포와 동시에 열려 세계 40여 개국, 120여 명의 외국인이 참여하여 가장 최근의 연구 내용을 발표하였다.

논·밭 위에 태양광발전 시설물을 설치하다니 이게 무슨 소리지? 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태양광발전 시설물을 적절한 높이로 설계하고 태양광발전 모듈 간의 간격을 적절히 배치한다면 그 하부의 작물이 자라는 데는 큰 문제가 없고 몇몇 문제는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지난 10여 년간의 수많은 연구 결과의 공통점이다. 오히려 과도한 강우로부터 홍수 피해를 막아주고, 우박으로부터의 피해도 줄여주며, 이른 봄철의 냉해와 여름날 과도한 수분 증발을 막아주는 순기능도 증명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약 70%, 논과 밭이 약 20%, 도시와 강, 도로 등 나머지가 모두 합해서 약 10%이다. 그동안 지구온난화를 완화하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에 우리나라도 동참하기 위해 풍부한 산지를 이용하여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였다. 그 결과 지구를 살리자는 신재생에너지발전이 오히려 자연을 파괴하고 심지어 산사태를 유발하게 해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에 해당하는 REC를 경사 15도 이상의 산지에는 대폭 삭감하여 산지 태양광발전을 막았다. 하지만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이미 세계적으로 공표한 바 있고,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제는 영농형태양광발전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최근 농촌은 그야말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인구는 줄어들고 고령화가 가속되어 농사지을 사람도 부족하다. 이대로 두면 지역 공동화가 일어나고 논과 밭은 황무지가 될 수 있다. 농촌이 무너지면 나라의 식량 안보도 무너진다. 이제 농촌에 소득이 늘어나야 하고,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돌아와 논과 밭이 경작되어야 하며, 농촌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농촌에서는 식량뿐 아니라 전기도 생산해 부를 창출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농어촌파괴형 에너지반대 전국연대회의에 참석한 대표자는 농촌의 논과 밭도 대도시 대자본의 전기발전에 의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 너무나도 명백하다고 우려를 표하며 영농형태양광발전을 반대했다. 이제 영농형태양광발전은 우리에게 필요한 도구이지만 반드시 농촌과 농민의 소득 창출을 위한 방법으로 도입되어야 하겠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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