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상승에 원가부담 전전긍긍하는 'TK산업계'

  • 정우태,백종현,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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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5 18:31  |  수정 2023-05-16 08:52  |  발행일 2023-05-16 제5면
전기로 사용 포항 철강, 원가부담 수백억원대
올해 제품가격인상 불가피
원자재,금리, 환율 멍든 섬유는 고정비 부담커
고로 중심, 자체 발전설비 갖춘 포스코, 영향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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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도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및 취약계층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정부가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면서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신음하고 있는 지역 산업계는 '엎친데 덮친격'이라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무엇보다 원가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는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수출 및 내수 시장에서 고전할 수 있다.

 


▶대구섬유, 3고(高)에 고정비 부담까지
이날 전기요금 인상 소식에 대구지역 산업계는 벌써부터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자재·금리·환율 '3고(高)현상' 탓에 채산성이 악화된 데다 전기요금 상승으로 고정비용이 더 늘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마른 수건을 다시 쥐어짜야 하는 판국이다.

대구의 한 섬유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 선언으로 물량이 조금 늘긴 했지만 원·부자재 가격이 너무 오른 탓에 큰 효과는 없다. 하지만 여기에 설상가상 전기료까지 오르게 돼 부담이 더 커질 것 같다"며 한 숨을 쉬었다.

성서산업단지에 입주한 차부품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협력업체가 마찬가지겠지만 생산원가가 오르는 만큼 어려움은 가중된다. 자체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전기로 사용, 포항 철강업계는 수백억 원가부담
포항 철강업계는 전기로를 사용하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전기료 인상으로 철강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특히, 철강 기업들은 전기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원가 부담이 추가로 연간 수백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 업계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1㎾h 당 1원이 오르면 연간 원가 부담은 100억원가량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에만 약 600억 원의 추가 전기요금을 부담했다.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등 전기로 기반의 철강 기업들도 추가 지출을 감내해야 할 판국이다.
포항철강관리공단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으로 전기로를 사용하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그리고 전기 사용이 많은 시멘트 등 일부 업종에서의 원가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전기료 인상으로 지역 기업의 직접적인 타격은 현재까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향후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도 적잖다.
전기로가 아닌 '고로'중심이고 자체 전기생산 비중이 '포스코'와 2차전지(배터리) 소재 생산기업 '에코프로'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관계자는 "기업별 전략 수급 단가가 대외비이고, 시간대별 전기 공급 단가 변동 등의 이유로 전기료 인상에 따른 정확한 원가 수치를 파악하긴 어렵다"며 "포항제철소는 자체 발전이 80%, 한국전력 20%를 차지한다. 부생가스발전 등 자체 발전율이 높아 이번 전기료 인상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에코프로 관계자도 "그룹 중 에코프로비엠이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데, 이번 인상으로 연간 10억 원 정도의 전기료가 추가 지출될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구미 전자업계 "그래도 24시간 가동 멈출수 없어"
구미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들도 원가 인상으로 발생할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구미국가산단 총수출액의 63%를 차지하는 전자·광학업종은 제품 특성상 전기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24시간 생산설비를 가동해야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전자업계는 나름 에너지 절감 활동으로 전기료 인상에 대처할 계획은 세워놓고 있지만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잠시도 쉬지 않고 생산설비를 가동하는 기업체들이 전기료 인상을 극복하려면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각오로 에너지 절감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 기업들 사정도 매한가지다. 한 반도체 기업 대표는 "전기료가 오른다고 해서 24시간 가동하는 생산설비를 멈출 순 없다. 결국은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팬데믹 사태 이후 가뜩이나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적자 경영으로 이어지지않도록 방어막을 쳐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소기업이 구미산단 입주 기업체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전기요금 인상이 산업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잦은 전기요금 인상은 중소기업 폐업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백종현 기자 baekjh@yeongnam.com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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