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귀촌한 70세 할머니의 첫 번째 도예전 '화양련화'

  • 조경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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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6 10:37  |  수정 2023-05-16 10:41  |  발행일 2023-05-17 제24면
60대 중반에 입문해 5년 만에 전시
'금쪽이' 등 작품마다 사연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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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흔 나이에 첫 개인전을 연 구귀련씨가 자신이 빚은 작품 '아름아운 시절'을 설명하고 있다.

"흙을 만지면서 오롯이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때로는 울퉁, 때로는 불퉁. 그러다 가마의 불을 만나 찬란한 아름다움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빚고 다듬고 완성한 후 나만의 공간으로 데려와 쓰다듬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경북 칠곡 석적읍 도개5길, 소위 '비래골'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칠순의 구귀련(70)씨가 최근 첫 번째 도예전 '화양련화'를 열었다. 귀촌한 구씨가 10여 년 넘도록 공들여 가꾼 자택 정원을 배경으로 직접 빚은 도자기 약 250점이 전시됐다. 관람객은 100여 명으로 작은 마을이 더욱 비좁아 보였다. 구씨는 "작품은 곧 나였으며 새로운 발견이었다"며 궂은 날씨에 먼 산골까지 찾아 준 관람객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개막식이 열린 날은 구씨의 일흔 번째 생일이기도 하다.

 

손주 생각을 하면서 빚은 '금쪽이', 쌀 단지를 빚은 '소복소복', 부엉이를 빚은 '부자 되세요', 집 모양 조형물을 빚은 '쉬어나 가세', 작가의 모습을 빚은 '아름다운 시절', 가마 속에서 유약의 변화를 일으켜 하늘빛으로 소성된 '나르샤', 그 외 '마음정원' '계수나무 아래서' 등 작품도 작품이지만 작품명이 참 정겹다. 한 작품, 한 작품 사연 없는 것이 없다. 전시된 구씨의 작품 옆에는 간간이 꽃이 놓여 있다. 구씨는 "전시명은 영화에서 빌려 왔다. 지금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인 듯해서 내 이름의 '련'자를 넣어 '화양련화'라고 지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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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귀련씨가 자택 정원에서 도자기 작품 전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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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찾은 가족, 친지들과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구씨는 2018년 60대 중반의 나이에 도자공예에 입문했다. 대구 북구 동암로 노을공방에서 6년째 일주일에 두 번씩 도자기를 빚고 있다. 공방에서 함께 도자기를 빚는 회원들은 구씨의 작품에 대해 마치 지나온 인생 여정을 들여다보는 듯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을공방 회원 이미경(대구 북구 학정동)씨는 "구씨가 만든 부엉이와 인형은 해학과 익살이 넘치고, 접시와 그릇은 투박하지만 정답고 따뜻하며, 화병과 똥장군은 큰 기교가 들어가지 않았어도 그 자체로 멋스러우며, 이 모두가 우리가 아는 구씨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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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귀련씨가 손주를 생각하며 만든 작품 '금쪽이'.

구씨는 "도예공방을 다닌 몇 해가 꿈같이 지나갔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인생에 다시 없을 잔치를 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걱정하며 시작한 전시를 치르고 나니 뿌듯하다"고 했다. 구씨의 남편 최상명씨는 "아내가 취미활동으로 빚은 작품이 남에게 보여줄 만한 정도의 수준인지는 모르겠으나 즐기면서 사는 모습이 참 좋았다. 도예 창작활동을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응원했다.
글·사진= 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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