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공연과 육아

  • 김상욱 대구 서구문화회관 공연기획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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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7  |  수정 2023-05-17 07:47  |  발행일 2023-05-17 제19면

[문화산책] 공연과 육아
김상욱 (대구 서구문화회관 공연기획PD)

최근 공연장 기획공연에 특별출연과 사회를 담당한 국악인이 어린 딸과 함께 방문했다. 공연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예술인은 한층 노련해진 기량과 입담으로 관객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예술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예쁜 아이는 익숙한 듯이 엄마를 잘 기다리고 있었다. 예술인뿐만 아니라 문예회관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과 무대 스태프도 아이와 함께 공연장에 출근하기도 한다.

대부분 공연은 평일 저녁과 주말에 진행하니 육아 공백이 잦다. 예술인 또는 문화계에서 연을 맺은 부부는 공연이 겹치면 당연히 한 쪽은 아이를 데리고 나서야 한다. 아이를 양육하는 예술인을 배려해 용건은 메시지로 남긴 후 밤늦게 연락을 주고받는다.

본인은 세 명의 아들이 있으며 만 3세 첫째와 6월이면 돌을 맞는 쌍둥이가 있다. 향후 넷째로 딸아이를 계획하고 있지만, 아내와 양가 의견을 배제한 독단적인 소망이다. 감사하게도 사내에서 공연이 없을 때는 육아를 적극적으로 장려해 주고 있다.

종일 육아를 전담하는 아내 혼자서 3자녀를 돌볼 수는 없어 평일에는 정부에서 지원받는 돌봄 선생님이 첫째 등·하원 시간에 찾아오신다. 이마저도 몇 달은 인력난과 쌍둥이 기피로 사설 업체에 인건비를 100% 지출했다. 평일 저녁은 장모님과 처제, 공연이 있는 주말에는 부모님과 사촌, 연휴 기간에는 서울에 있는 누나와 조카를 동원한다.

공연을 마치고 밤늦게 돌아오면 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현관문을 열면, 문 여는 소리에 쌍둥이가 깨고 아빠를 보며 환하게 웃는다. 일단 손이라도 씻으려고 하면 안아달라고 동시에 울고 첫째까지 잠을 깬다. 아내의 눈총은 따갑고 3명이 동시에 우는 아수라장은 그날 기획공연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기존 영아 수당에서 확대된 부모급여와 각종 다자녀 혜택을 받으며 외벌이라서 '살다 보면 살아진다'라는 조상님의 교훈이 삶의 신조가 되었다. 바쁜 시절 꼭 찾아오는 아이들의 병치레와 이슈는 끊이질 않는다.

자녀와 보내는 매일의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이다. 이 행복을 함께 나누고자 저출산율을 극복하는 소견으로 난임, 고위험군, 의료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성장 단계별 교육과정이 혁신적으로 변화되어 양육비가 GDP의 7배가 되는 경쟁 사회가 아닌 미래 세대인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득 담아본다.

김상욱 (대구 서구문화회관 공연기획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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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대구 서구문화회관 공연기획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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