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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소설가 |
1864년 5월19일 '주홍 글자'의 작가 너새니얼 호손이 세상을 떠났다. '주홍 글자'는 세계문학사가 알아주는 명작이니 읽지 않은 이가 드물 터이다. 그래도 독파한 지 너무나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들을 위해 줄거리를 소개해 본다.
소설은, 한 여인이 감옥 건물 앞 단죄대에서 주민들의 조롱과 모욕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가슴에 adultery(간통) 표시로 'A'를 달고 있는 이 여인은 헤스터 프린이다. 그녀는 사생아 펄을 낳은 죄로 사회의 문책을 받고 있다.
고위 인사들이 헤스터에게 상대 남자의 이름을 밝히라고 윽박지른다. 그녀는 끝까지 함구한다. 인민재판식 형벌이 끝난 뒤 감옥으로 돌아온 헤스터는 신경성 질환을 앓게 된다. 의사인 전 남편이 칠링워스라는 가명으로 그녀를 치료한다.
형기를 마친 헤스터는 바닷가 외딴 오두막집에 살면서 바느질과 자수로 생계를 이어간다. 딸 펄은 어머니를 닮아 외모는 예쁘지만 까닭 없이 비뚤어진 성격을 자꾸 드러낸다. 주지사가 펄의 교육을 걱정해 헤스터로부터 떼어놓으려 한다.
헤스터는 칠링워스와 딤스데일 목사의 도움으로 가족 이산 위기를 모면한다. 신경쇠약증세를 앓는 딤스데일 목사도 칠링워스의 치료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칠링워스는 펄의 친부가 딤스데일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던 딤스데일은 7년 뒤 헤스터가 공개 모욕을 당한 단죄대에서 밤샘 기도를 한다. 그동안 헤스터에 대한 평판이 많이 좋아져 주홍글자 A는 able(유능) 또는 angel(천사)의 상징으로까지 상향되었다.
헤스터와 딤스데일은 유럽으로 가서 새 인생을 살기로 합의한다. 하지만 딤스데일을 용서할 수 없는 칠링워스의 방해로 두 사람의 계획은 실행에 옮겨지지 못한다. 마침내 딤스데일이 단죄대 위로 올라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절명한다.
소설은 늙은 헤스터가 불행한 여자들의 고통을 덜어 주는 사회봉사에 헌신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헤스터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녀의 묘는 딤스데일 무덤 근처에 마련된다. 묘비는 하나로, 검은 바탕에 붉은 글자 A가 새겨졌다.
A를 '원죄'로 보는 크리스트교의 논리는 인간실존과 별개 인식이다. 자기 자신과 헤스터에게 A를 유발한 딤스데일의 직업은 목사이다. 호손은 왜 딤스데일을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목사로 설정했을까. 묘비가 하나인 것을 보면 호손은 인간 모두가 A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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