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분선 (대구시립무용단 수석단원) |
"혹시 김분선님 아니신가요?" "네 맞습니다만…." "어머? 팬이에요. 댄싱9 때 완전 광팬이었어요. 연예인을 만난 기분이에요." 며칠 전 어버이날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을 들렀을 때 점원이 필자에게 건넨 말이다.
'댄싱9'은 현대무용, 발레, 한국무용의 순수무용은 물론 힙합, 어반, 파핑, 와킹, 로킹, 크럼프, 비보잉, 스포츠댄스 등 여러 장르의 댄서들이 서바이벌을 거쳐 9명이 생방송에 출연해 최종 1인을 가려내는 TV 프로그램이었다. 필자는 10년 전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현대무용과 아크로바틱을 조합한 듀엣을 영화 '올드보이' OST '미도의 테마'에 맞춰 춤을 췄다. 또 침대를 오브제 삼아 아델의 'Rolling in the deep'에 맞춰 듀엣을 선보였다. 비록 준비했던 작품들을 다 선보이지도, 9명의 댄서에 들지도 못했지만, 그 짧은 순간의 장면을 아직도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있는 것이다.
2013년 출연 당시만 해도 TV에서 춤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없었던 때라 '댄싱9'이라는 프로그램은 어린 친구들이 출연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쯤으로 여겨졌던 것 같다. 대구시립무용단이라는 프로 단체에 소속된 필자가 댄싱9에 출연하면서 무용계에서 적잖은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딴따라가 하는 프로그램에 나가서 뭐 하는 거니?" "그게 춤이니? 쇼지"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물론 이해도 된다.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고 순수무용이 가진 표현의 자유보다 TV 프로그램에선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쇼적인 모습도 보여 줘야 했기에 그런 반응들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는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많은 것을 얻었다. 타 장르의 많은 댄서를 만났고, 그들이 생각하는 춤 세계를 듣게 되었다. 각 장르의 안무 작업 방식을 알게 되었고, 어반댄스(도시에서 추는 개성이 드러나는 춤), 크럼프(역동적으로 팔을 휘두르고 다리를 구르는 기술의 춤) 장르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와킹(주로 팔을 이용해 돌리거나 뻗어내는 춤)과 로킹(스트리트 댄스의 일종으로 몸에 힘을 주어 어떤 동작에서 정지해 있는 춤)이 다른 장르인 것 또한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크게 얻은 것은 현대무용이라는 장르가 대중에게 알려지고 사랑받게 된 시간이라는 것이다.
예술은 그 가치를 알아봐 주는 이를 만났을 때 다시 태어나 그 빛을 발한다. 제아무리 대단한 예술이라도 알아봐 주는 이가 없다면 그 진가를 알리기 힘들다. 많은 예술가가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이들 속에서 빛을 발하길 바라본다.
김분선 (대구시립무용단 수석단원)

김분선 대구시립무용단 수석단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