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대형 금융사기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과 개미투자자

  •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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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9  |  수정 2023-06-09 06:55  |  발행일 2023-06-09 제22면
전세사기·SG발 주가 폭락

세계 최고의 IT인프라 갖춘

정부 당국이 과연 몰랐을까

관계 공무원 탓하기에 앞서

사전예방 인센티브 등 필요

[경제와 세상] 대형 금융사기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과 개미투자자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취약한 비대칭적 정보와 약한 자본력을 가진 서민이나 개인투자자들은 정부가 공정한 심판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줄 것이란 믿음하에 경제활동을 한다. 하지만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약자는 결국 강자의 먹잇감이 된다는 약육강식의 정글을 확인할 뿐이다. 특히 근자에 발생한 2건의 대형 금융사기 사건은 이를 재확인시켜준다.

# 건축왕·빌라왕 사건: '건축왕' 남모씨는 인천 미추홀구 등에서 2천700여 채의 주택을, '빌라왕' 고모씨는 구리시 등 수도권 일대에 940여 채의 주택을, 압권은 세금을 60억원 넘게 체납하고 보증보험 사고까지 계속 낸 김모씨가 수도권에서 2년에 걸쳐 1천139채의 집을 사들였다.

매년 11월 말경 주택 공시가격의 합계액이 공제금액(1세대 1주택자의 경우 12억원)을 초과하는 초과분에 대해 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일명 종부세 고지서가 날아드는 나라에서 거액의 국세를 체납하고, 보증보험 사고를 일으키면서도 관계 당국의 아무런 제재 없이 멀쩡하게 주택을 1천채 이상 매입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였을까.

# SG증권발 주가폭락 사건: 지난 4월24일 삼천리·서울가스 등 8개 종목의 무더기 하한가로 촉발된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는 치밀한 계획하에 3년여에 걸쳐 주가를 조금씩 끌어올리는 식으로 주가를 조작한 의혹을 받고 있다. 천천히 끌어올리다가 8개 종목 모두 SG증권 창구를 통해 대량 매도하여 연일 하한가로 폭락해 일주일간 8개 종목의 시가총액 8조원이 증발하였다. 매출에 큰 변화가 없는 삼천리와 대성홀딩스는 각각 2020년 6월 6만4천원이던 주가가 23년 4월 52만4천원으로 무려 8.2배, 비슷한 기간 1만800원에서 13만9천원으로 무려 13배나 급등하였다. 신성장산업에 속하지도 않는 데다 펀더멘털에 큰 변화도 없고 눈에 뜨이는 실적개선 없이 이렇게 주가가 급등하는 동안 어떻게 금융당국은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했을까.

위 두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인 전세 세입자들과 일명 개미투자자인 선의의 개인투자자들이다. 물론 세입자들이 치밀하게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고, '모든 책임은 투자자에게 귀속됩니다'라는 주의에 따라 더욱 신중한 투자를 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 모든 의사결정에는 책임이 따르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책임을 논하기에 앞서 '탐욕스러운' 대형투자자들이 '공정한 경쟁'이라는 전제를 깨버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의 정책 실패와 함께 세입자와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할 관계 공무원들이 알면서도 직접적인 책임이나 보상이 없어 외면하며 방치했을 수도 있다. 그 결과 서민과 개미의 주머니에서 나온 수천억, 수조원이 자본과 정보를 가진 자들에게로 흘러들어 갔다.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이 주요 업무인 관계 공무원들이 이들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정말 몰랐을까. 몰랐으면 무능, 알았으면 유감이다. 하이패스 단말기를 부착한 승용차가 깜박 실수로 통행권 사용차량 통행로로 진출하는 경우 몇 분 지나지 않아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바로 연락이 오고 미납요금을 납부할 수 있는 가상계좌까지 카톡 문자로 날아오는 나라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관계 공무원이 몰랐을 정도로 무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무책임한 자세, 직업윤리의 부재다. 하지만 직업윤리 부재만을 탓하기에 앞서 이상거래를 포착하여 사전 예방하는 공무원들에게 인센티브 제공 등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물론 정부는 건전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바탕은 신뢰 기반 공정 경쟁 촉진과 투자자 보호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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