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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대구 북구 매천동 수산물도매시장 한 상가에 상인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진열한 생선을 보고 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대구 수산물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근거 없는 뜬소문 및 유언비어가 일파만파 퍼지며 '수산물 강박증'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해명과 반박에도 수산물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거두어지지 않는 모양새다. 사태 해결을 위해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 및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오전 11시 찾은 대구 북구 매천동 수산시장. 새벽부터 동해와 남해, 제주도 등 우리 바다에서 건진 갈치·참가자미·고등어·아귀 등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이 판매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여름철 비수기에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해지면서 발길이 뜸한 모습이다. 한 상인은 애꿎은 원산지 카드만 매만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상인들은 수산물 기피 현상이 이미 시작됐다고 불안해했다. 상인 김모씨는 "잘 보이는 곳에 '국내산'이라고 적어 놔도 '일본산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많아졌다"면서 "아직 오염수를 방류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장사가 안 되는데, 방류가 시작되면 사람들이 찾아오겠냐"고 했다.
오염수 방류가 본격화하지 않은 만큼 수산시장 상인들이 체감하는 매출 변화는 아직 크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오염수 논란이 점점 확산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손님이 줄고 있다고 상인들은 하소연했다. 전복을 취급하는 한 상인은 "안 그래도 오늘 오후에 오염수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할지 수산법인대표자들 회의가 있다"면서 "오염수가 방류되면 매출 타격은 당연한데, 이 타격이 얼마나 오래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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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낮 12시쯤 대구 남구 한 횟집. 점심시간이지만 손님이 없어 텅텅 비어 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
소비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주부들은 오염수가 본격적으로 방류되면 당분간 수산물을 식탁에 올리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이날 제사상을 보기 위해 매천시장에 나온 주부 김모(63)씨는 "딱 제사에 올라갈 생선만 샀다"면서 "지금은 그나마 제수용이라도 사는데 오염수가 진짜 방류되면 걱정돼서 못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맘카페 '대구맘365'에는 "해산물을 안 먹을 수도 없고, 외식하면 어쩔 수 없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굳이 우리 집 밥상에는 안 올릴 거 같다"면서 "솔직히 바다는 다 이어져 있는 거 아니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대형마트 입점 수산물의 경우 아직 오염수 파동 여파가 미치지는 않은 상황이다. 지난주(6월12~18일) 대구지역 이마트 수산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신장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최근 발생한 소금 사재기처럼 수산물 매출 역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랫동안 쟁여놓고 쓸 수 있는 소금과 달리 수산물은 바로 소비해야 하는 상품이라 이번 논란이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수산물 매출에도 결국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는 피해가 더 커지기 전 정부·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방사능 검사 결과, 국내 수산물 안전성 등을 정확하게 알려야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중근 매천수상시장대표자연합회 회장은 "자체적으로 방사능 측정기기를 구입해 시장에 들어오는 모든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할 계획"이라며 "오염수 방류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안전한 수산물 유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방사능 검사 등 수산물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국내 수산물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국민 안심 상황관리반'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얼어붙고 있는 수산물 소비심리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정부와 함께 지자체의 대책도 더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소비자도 가짜뉴스에 선동되지 않는 판단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남대 허창덕 교수(사회학과)는 "우리 사회의 그늘 중 하나가 너무 쉽게 휩쓸린다는 것이다. 광우병 파동 때도 그랬고, 코로나19 때도 가짜뉴스로 얼마나 많은 혼란이 있었냐"며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과학적인 사실에 기인해 팩트를 알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시민도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성에 기반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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