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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교육청 전경 영남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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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회 전경 영남일보DB |
대구시교육청은 28일 오전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3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 변경안 심사에서 나온 권기훈 시의원(동구3)의 질문에 대해 이처럼 밝혔다. 권 시의원이 통폐합과 관련한 서촌초 학부모들의 투표 결과를 전진석 부교육감에게 질문하자, 전 부교육감은 "최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 결과, (통폐합) 반대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통폐합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고 분교장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서촌초는 2011년 아토피 치유를 내건 '대구 행복학교 1호'로 지정돼 학부모들의 사랑을 받았던 학교지만, 최근 학령 인구 감소 문제를 정면으로 맞았다. 한때 120여 명에 달했던 재학생이 올 들어 31명으로 줄자, 교육청은 통폐합을 검토했다.
이 학교는 아토피·비염 등 질환을 가진 학생들이 건강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어 동네 거주민 뿐 아니라 외지 거주민 자녀까지 이 학교를 다닐 만큼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하나둘씩 변화가 생겼다. 우선 기존엔 학교장 공모제였지만 2019년 발령제로 바뀌었다. 초등학교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는 공동통학구역 제도도 서촌초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행복학교는 2020년 미래학교로 바뀌면서 건강 치유라는 특수 목적이 희미해져 간다는 비판도 피해갈 수 없었다. 주민과 지역 정치권에선 교육당국이 마치 일찌감치 통폐합으로 방향을 설정한 듯한 행보를 보였다며 의심 섞인 눈초리를 보냈었다.
폐교 절차가 실제 진행될 경우 서촌초 학생들은 인근 지묘초로 학교를 옮겨야 했다. 그러나 전 부교육감이 밝힌 것처럼 분교장 형식으로 운영된다면 학생들은 그대로 다니던 학교를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서촌초' 이름과 역사는 사라진다.
권 시의원은 교육당국을 상대로 "그간 서촌초 활성화에 대해 교육청은 어떤 노력을 했나. 그간 학교를 지켜온 학생들과 학부모, 동문들 마음은 헤아려 봤나"라며 쏘아붙였다. 또 "현재 현지 학부모보다도 외지에서 온 학부모가 더 많다. 아토피·비염으로부터 안심 학교라는 점을 인정하고 온 것"이라며 "일부러 찾아서도 오는데 교육청에서 지원 활성화 방법 등에 대해 노력하지 않았다. 분교로 만들 게 아니라 지켜보고 발전을 기대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 부교육감은 "여러 가지로 활성화 노력을 해왔다. 편백나무 등 친환경 자재로 리모델링을 했고, 미래학교로 지정해서 아토피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며 "학교장 공모제는 2019년 이후 학교 구성원과 학부모가 원하지 않아서 못했다"고 해명했다.
다시 권 시의원이 "투표 결과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분교로 전환할 수 있는 건가. 투표는 하나의 요식행위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꼬집자, 전 부교육감은 "작은 학교는 (분교 등으로 전환을) 그렇게 해왔다. 그게 교육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바람직하다"면서 "학부모와 충분히 협의했다. 앞으로 분교장으로 개편돼도 학교가 더 활성화될 수 있고 아이들 교육에도 문제 없다"고 단언했다.
한편, 시교육청이 서촌초를 지묘초 분교장으로 전환하는 과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촌초를 통폐합하거나 분교로 바꾸기 위해선 시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구시의원 대부분은 서촌초가 아토피 등 특수학교인 만큼 학생들이 자연 친화적인 공간에서 치유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그대로 유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 16일 대구시의회 제301회 정례회에서 육정미 대구시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대구 교육청의 작은 학교 통폐합 정책에는 오로지 학생 수에 따른 경제 논리만 남아 있다"며 "학생 수 감소라는 획일적 기준으로 접근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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