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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우 대구은행장이 6일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중은행 전환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
지방에 본점을 둔 국내 1호 시중은행 출범을 통한 지역경제 선순환 (전국 이익창출→지역 재투자→지역경제 활성화→자체 경쟁력 강화), 인터넷 전문은행에 준하는 디지털 금융전략 등으로 새바람을 일으킬 각오다.
이날 황병우 대구은행장 발언의 행간을 들여다보면 핵심 키워드는 크게 △최초 △금리 △주가 △상생으로 요약된다.
▶최초 (First)
대구은행이 연내 6번째 시중은행으로 정식 인가를 받으면 지방에 본점을 둔 지방은행중에서 처음으로 시중은행이 되는 케이스다. 과거 1989년 대동은행(대구 수성구 중동·1998년 폐점)이 대구에 본점을 두고 시중은행 인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대동은행은 처음부터 시중은행으로 출발했다. 대구은행과는 상황이 다르다.
앞서 대구는 1967년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출발했다. 이후 부산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경남은행 등 5개 지방은행이 줄줄이 생겨났다.
이주형 대구은행 사회공헌부장은 "최초의 지방은행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대구은행이 앞으로는 '최고'라는 타이틀도 거머쥘 수있도록 시중은행 전환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금리
시중은행이 되면 그간의 자금조달시장에서 지방은행으로 느꼈던 설움을 조금씩 상쇄해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는 금리문제가 있다.
황 행장은 "대구은행은 그간 1.5군 금융기관 역할을 해왔다. 신용등급 1~4등급은 기존 시중은행이, 4~6등급은 우리같은 지방은행이 맡아 금융지원을 해왔다"고 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진 소비자와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했지만 끈끈한 '관계형 금융'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지역에선 대구은행을 우리 은행으로까지 부를 정도로 친밀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으로 전환돼도 지역에 대한 두터운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여긴다.이를 위해선 대출금리 인하가 필요하다.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금융채발행시 조달금리를 다운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신한·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처럼 대구은행의 신용등급은 'AAA'지만 실제 채권발행 금리는 늘 시중은행보다 높여야 투자자들이 관심을 겨우 갖는다. 시중은행과의 브랜드파워에서 밀린 것이다.
지방은행의 설움이기도 하다. 실제 시중은행보다 선순위채권은 4bp, 후순위채권 및 신종자본증권은 21~25bp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제 이른바 '지방은행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주가
대구은행의 모기업인 DGB금융지주의 PBR(주당 순자산 비율)은 0.21배다. 시중금융지주의 평균 PBR(0.32배)보다 낫다. 그만큼 대구은행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은행 브랜드 탓에 장부상 가치에 비해 시장 평가가 늘 박하다고 말이 나오는 이유다.
대구은행은 최근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큰 호재가 생기면서 주가가 조금 올랐다. 하지만 6일 종가는 7천230원에 그쳤다. 전날 종가보다 오히려 180원 내려갔다. 대구은행은 적정 주가를 2만 5천원으로 본다. 은행 임직원들은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시장평가가 조금씩 개선될 것으로 여긴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주주환원율 확대 등 주가부양책을 쓰면 일단 1만5천원~2만원 사이에 형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향후 DGB금융이 어느 정도의 주가상승 노력을 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상생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운영 지향점은 '상생'에 두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지역상생, 중소기업 상생, 핀테크(금융+기술) 상생이 그것이다.
우선 '지역상생'은 대구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을 표방한다. 황 행장은 미국의 '웰스파고' 은행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웰스파고가 지역에 은행 본점을 두고 있지만 전국 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탄탄한 은행으로 성장해서다.
대구은행은 당장 대구경북신공항건설, K2후적지 개발, 첨단산단 조성 등 지역 혁신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상생은 기존 시중은행에서 소외된 중신용등급 중소기업·개인사업자를 보다 폭넓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핀테크 상생은 핀테크 기업들을 경쟁자가 아니라 다양한 혁신금융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상시 협업하는 '동반자'로 여긴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금융사각지대 해소에 함께 힘을 보탠다는 가치도 녹아 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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