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삼국유사의 본향'은 대구시 군위군"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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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0 17:59  |  수정 2023-07-10 21:59  |  발행일 2023-07-10
삼국유사 저술 보각국사 일연, 대구와 오래된 인연(因緣)
대구 비슬산서 깨달음
35년간 대구 비슬산에 주석하면서 삼국유사 찬술 구상
달성 인흥사서 역대연표(歷代年表) 간행
대구 군위군 인각사서 삼국유사 완성
대구, "삼국유사의 시작과 마무리가 이루어진 곳"
오동욱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

'삼국유사(三國遺事)'는 고대의 역사·지리·문학·종교·민속·고고학 등이 고루 담긴 불멸의 고전이다. 1281~83년 무렵, 보각국사 일연이 편찬한 삼국유사는 문화유산의 원천적 보고로서 국보(제306호)로 지정되어 있다. 김부식이 저술한 '삼국사기(三國史記)'와 더불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책이자 한국 고대사 서술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국유사를 집필한 일연은 경산 태생으로 '국사(國師)'의 자리에 오른 고려 최고의 승려인데 대구 비슬산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에는 일연이 주지로 임직한 인흥사라는 절이 있었다. 일연은 이곳에서 삼국유사 왕력(王曆) 편의 토대가 되는 '역대연표(歷代年表)'를 간행했다. 왕력 편은 신라 박혁거세로부터 고려 왕건의 후삼국 통일에 이르기까지의 왕대와 연표를 도표 형태로 정리한 것을 말한다(국사편찬위원회).

일연이 삼국유사를 완성한 곳은 신라 선덕여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대구시 군위군 인각사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로 인해 군위군에서는 삼국유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 의견 수렴을 통해 인각사가 소재한 행정구역의 명칭을 '삼국유사면'으로 개칭하였다. 또한 삼국유사 관련 인문 강좌와 삼국유사 퀴즈대회 등 다채로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국내 유일의 삼국유사를 주제로 조성한 '삼국유사 테마파크'는 삼국유사 속 이야기를 다양한 전시기법과 독창적 조형물로 구현해 놓은 '삼국유사 체험 여행의 1번지'다.

삼국유사는 단순한 이야기책이 아니라 5권 2책 9편목으로 구성된 역사책이다. 일연이 직접 현장을 답사하면서 집필한 144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단군신화, 만파식적, 연오랑세오녀, 서동요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콘텐츠다.

삼국유사의 중요한 가치는 삼국유사 속 많은 콘텐츠가 문화산업의 원천 콘텐츠로서 풍부한 영감을 준다는 점에 있다. 삼국유사를 뿌리 삼은 독창적 콘텐츠가 다양한 형태의 영상과 출판, 도서 등의 형태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삼국유사에는 영웅들의 신화도 있고 서민들의 토속적 이야기도 있다. 서양에 그리스로마신화가 있다면 우리에겐 삼국유사가 있다. 21세기는 이야기와 감성, 이미지가 중시되는 문화의 시대로 문화는 지역은 물론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삼국유사와 그리스로마신화와 같은 고전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진다. 삼국유사 콘텐츠를 다양한 장르에 적용하여 파생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One Source Multi Use) 전략을 통해 지역 발전과 도시브랜드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잡지 '소년(少年)'을 발행한 육당 최남선은 "만약 자신에게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서슴지 않고 '삼국유사'를 선택하겠다"라고 했다. 이는 단군신화와 고조선, 가야역사 등 삼국사기에 없는 이야기를 삼국유사에서는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담긴 콘텐츠의 진솔성과 중요도, 무엇보다 다양성 측면에서 가치가 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연은 출가한 후, 약 35년간 대구 비슬산에 주석하면서 삼국유사의 찬술을 구상하고 그 기초 작업을 하였다. 그리고 군위군 인각사에서 삼국유사를 완성한 후 입적하였다. 이처럼 대구는 삼국유사의 시작과 마무리가 이루어진 삼국유사와 밀접한 곳이다. 민족의 보물인 삼국유사의 역사성과 가치를 가장 잘 계승하고 있는 '삼국유사의 본향'은 대구시 군위군이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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