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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시 단산면 단곡2리 이춘길 마을이장이 산사태로 인해 매몰된 마을에서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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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8시 10분쯤 경북 영주시 단산면 단곡2리의 한 마을에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 12채와 차량 등이 매몰 및 침수됐다. |
많은 비로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경북 영주 지역에서 한 마을 이장의 '빠른 판단'이 산사태로부터 귀중한 생명을 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귀감이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영주시 단산면 단곡2리 마을 이장 이춘길(57) 씨다.
지난 15일 새벽 이 씨는 마을 뒷산에서 '빠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평소 물이 흐리지 않았던 담벼락에서 많은 물이 흐르는 것 등을 보고 '산사태' 징후를 발견했다.
곧 산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직감한 이 씨는 곧장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전화와 함께 문자를 남겼고, 20가구를 일일이 방문해 주민 30여 명을 대피시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야산에서 '꽝~'하는 소리와 함께 흙더미와 나무가 무너져 내리면서 마을 전체를 덮쳤다고 한다.
산 바로 아래 있던 집 2채는 순식간에 매몰됐고, 그 집을 뚫고 내려온 토사는 계산식으로 되어 있는 마을의 집 수십 채를 모두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집들의 창문과 문은 부서졌고, 벽도 허물어져 멀쩡한 곳이 없었다. 자칫 집 안에 사람이 있었다면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마을 아래에 있는 마을회관으로 대피한 마을 주민들은 순식간에 벌어진 산사태 광경을 본 후 연신 "휴~ 다행이다"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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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근 단산면장(오른쪽)과 이춘길 단곡2리 이장이 산사태가 난 현장에서 매몰된 집을 바라보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이 씨는 "전날 밤 단산면장으로부터 산사태 위험에 대한 대비책과 대피소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마을 전체를 둘러봤다"며 "다행히 마을 주민들이 통제 잘 따라줬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을 통해 예천의 한 마을 전체가 매몰돼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손이 떨렸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마을 노인회장 허수(76)씨는 "대피한 후 10분도 안 돼 순식간에 마을 전체를 덮쳤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신정순(64·여)씨는 "새벽에 씻고 있는데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창문을 보니 토사와 조금씩 흘러내려 오고 있어 급하게 119에 신고를 했었다"며 "골목 사이로 토사와 큰 나무, 자갈들이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졌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조종근 단산면장은 "마을 이장과 함께 주민들이 유기적으로 잘 움직여줬기 때문에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지속해서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는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더 철저한 대비에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18일 현재 복구작업이 한창인 이 마을 주민 30여 명은 마을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한편, 영주 지역에선 지난 15일 산사태로 인해 4명이 숨진 가운데에서도 이 같은 사례로 인해 더 큰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시는 다른 지역보다 재난대비에 선제적이면서도 관계기관과 주민 간 유기적인 대응을 펼쳤기 때문으로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글·사진=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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