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젊은 이장의 빠른 판단으로 '산사태 인명피해' 막아

  •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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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9  |  수정 2023-07-18 17:19  |  발행일 2023-07-19 제3면
영주시 단산면 단곡2리 이춘길 마을이장

20여 가구 30여 명 주민 대피 유도 및 도와

"대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전체 덮쳐"

마을 주민 대피 후 연신 "휴~ 다행이다"고 안도

주민 30여 명 마을회관서 숙식 해결… 복구작업 중
50대 젊은 이장의 빠른 판단으로 산사태 인명피해 막아
경북 영주시 단산면 단곡2리 이춘길 마을이장이 산사태로 인해 매몰된 마을에서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50대 젊은 이장의 빠른 판단으로 산사태 인명피해 막아
지난 15일 오전 8시 10분쯤 경북 영주시 단산면 단곡2리의 한 마을에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 12채와 차량 등이 매몰 및 침수됐다.

많은 비로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경북 영주 지역에서 한 마을 이장의 '빠른 판단'이 산사태로부터 귀중한 생명을 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귀감이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영주시 단산면 단곡2리 마을 이장 이춘길(57) 씨다.

지난 15일 새벽 이 씨는 마을 뒷산에서 '빠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평소 물이 흐리지 않았던 담벼락에서 많은 물이 흐르는 것 등을 보고 '산사태' 징후를 발견했다.

곧 산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직감한 이 씨는 곧장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전화와 함께 문자를 남겼고, 20가구를 일일이 방문해 주민 30여 명을 대피시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야산에서 '꽝~'하는 소리와 함께 흙더미와 나무가 무너져 내리면서 마을 전체를 덮쳤다고 한다.

산 바로 아래 있던 집 2채는 순식간에 매몰됐고, 그 집을 뚫고 내려온 토사는 계산식으로 되어 있는 마을의 집 수십 채를 모두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집들의 창문과 문은 부서졌고, 벽도 허물어져 멀쩡한 곳이 없었다. 자칫 집 안에 사람이 있었다면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마을 아래에 있는 마을회관으로 대피한 마을 주민들은 순식간에 벌어진 산사태 광경을 본 후 연신 "휴~ 다행이다"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50대 젊은 이장의 빠른 판단으로 산사태 인명피해 막아
조종근 단산면장(오른쪽)과 이춘길 단곡2리 이장이 산사태가 난 현장에서 매몰된 집을 바라보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 씨는 "전날 밤 단산면장으로부터 산사태 위험에 대한 대비책과 대피소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마을 전체를 둘러봤다"며 "다행히 마을 주민들이 통제 잘 따라줬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을 통해 예천의 한 마을 전체가 매몰돼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손이 떨렸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마을 노인회장 허수(76)씨는 "대피한 후 10분도 안 돼 순식간에 마을 전체를 덮쳤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신정순(64·여)씨는 "새벽에 씻고 있는데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창문을 보니 토사와 조금씩 흘러내려 오고 있어 급하게 119에 신고를 했었다"며 "골목 사이로 토사와 큰 나무, 자갈들이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졌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조종근 단산면장은 "마을 이장과 함께 주민들이 유기적으로 잘 움직여줬기 때문에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지속해서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는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더 철저한 대비에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18일 현재 복구작업이 한창인 이 마을 주민 30여 명은 마을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한편, 영주 지역에선 지난 15일 산사태로 인해 4명이 숨진 가운데에서도 이 같은 사례로 인해 더 큰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시는 다른 지역보다 재난대비에 선제적이면서도 관계기관과 주민 간 유기적인 대응을 펼쳤기 때문으로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글·사진=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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