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지방언론을 各自圖生(각자도생)에 맡겨두면 안된다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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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7 06:55  |  수정 2023-07-27 06:56  |  발행일 2023-07-27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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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편집국 부국장

언론은 공기와 같은 존재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요소지만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공기는 우리 일상과 늘 함께하고 있기에 인류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한다. 공기가 희박해 질식상태에 빠지거나 숨쉬기 어려울 정도의 탁한 공기를 흡입하는 순간 신선한 공기의 고마움을 인식한다.

언론 또한 마찬가지다. 매일 집이나 직장으로 신문이 배달되고, TV를 켜면 늘 뉴스를 접할 수 있기에 삶 속에 늘 함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뉴스는 늘 우리 곁에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지방언론에 환경변화가 없다면 늘 가까이 접하던 우리 지역 소식을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방언론이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은 지방소멸을 심화시키고 있고, 지방언론 또한 허덕이고 있다. 현 정부가 지역균형발전과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지방언론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적인 파급력이 큰 포털에 온통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영향력이 큰 포털을 우군으로 만들어 득을 보겠다는 노림수로 보인다. 하지만 몸살을 앓고 있는 지방언론에 대한 정책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더 큰 정치적 위기, 나아가 국가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에서는 많은 일간 및 주간신문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다루지 않는 커뮤니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위 언론 사각지대다. 이 가운데는 인구 100만명이 넘는 곳에도 제대로 된 지역언론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뉴스 사막(news desert)으로 부른다.

지역 언론이 없다면 그 지역민들은 제대로 된 공공 정보를 알지 못하고, 사회적이나 정치적인 지역 문제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지역주민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신뢰할 만한 정보공급이 돼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또 그 지역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안돼 힘 있고 백 있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가 될 수도 있다.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언론이 없는 지역은 보호받지 못하고 정치적 다양성이 부족하고 불의가 만연하며 권위주의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지방언론이 무너지면 소위 전국지(개인적으로는 수도권지라고 부른다)나 방송이 대체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방언론이 무너진 곳에 이들 전국지가 책임성 있게 지역에 진출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설마 그런 일이야 생길까 하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지방언론 위기가 계속된다면 우리 지역이 '뉴스 사막'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늘 가까이서 공기처럼 존재해왔던 지방언론이 오염되거나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점을 지방민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그런 만큼 지방언론을 더 이상 각자도생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 지방언론의 문제가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지역의 문제이며, 우리 삶의 질의 문제이고, 나아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방의 발전, 국가균형발전, 성숙하고 건전한 사회로의 이행을 위해서 지방언론 육성에 대한 정책적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박종문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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