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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류에게 가장 강력한 위협이 되는 핵무기는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영화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물리학자 오펜하이머가 주도한 세계 최초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을 조명하고 있다. 맨해튼 계획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 참여한 과학자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까지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극으로 치달을 즈음 핵무기 투입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무렵 일본은 진주만 공습으로 미 함대를 기습하여 선제공격을 하고, 이후 미국과 일본의 전투가 이어지며 지리하게 전쟁을 이어갔다. 일본은 몇 번에 걸친 회담에도 항복요구를 거부했고, 결국 미국은 핵무기의 실전투입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수십만 명의 사람이 희생되었고, 심각한 후유증으로 고통받았다. 오펜하이머는 이 일로 자신의 핵무기 연구에 대한 회의감과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인터스텔라' '인셉션' '다크 나이트'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히트작을 탄생시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만의 독창적 세계관과 연출력을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세상을 바꾼 천재 과학자 오펜하이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극비리에 진행된 핵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숨은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특히 주인공들의 시점에 따라 컬러와 흑백의 화면을 번갈아 사용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놀란 감독은 오펜하이머의 시점을 통해 흘러가는 장면들은 컬러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루이스 스트로스가 중심이 되는 장면은 흑백으로 표현해 관객 몰입도를 높였다.
여기에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루드비히 고란손 음악감독이 작업한 웅장하고 압도적인 사운드트랙 역시 화면에 역동감을 더한다. 무엇보다 작품의 주역인 킬리언 머피를 비롯해 키티 오펜하이머 역의 에밀리 블런트, '레슬리 그로브스 장군' 역의 맷 데이먼, '루이스 스트로스'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진 태트록' 역의 플로렌스 퓨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감동을 고조시킨다.
핵폭탄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청문회와 재판이라는 형식 아래 여러 인물의 생각과 입장을 드라마틱하게 구성한 휴머니즘 전기 영화다. (드라마, 180분 )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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