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

  • 박헌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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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1  |  수정 2023-08-21 08:15  |  발행일 2023-08-21 제19면

[기고]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
박헌경 (변호사)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은 1776년 7월4일 독립을 선언하고, 영국과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후 1789년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지도 아래 미합중국 연방정부를 수립했다. 미국은 초대부터 4대까지 4명의 대통령과 대통령은 되지 못 하였지만 미국 건국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벤저민 프랭클린, 알렉산더 해밀턴, 존 핸콕 등을 '건국의 아버지들'이라고 부른다. 미국은 1776년 7월4일 독립선언이 채택된 날을 독립기념일로 기념하고 있다. 1789년 미합중국 연방정부가 수립됐지만 미국이 이날을 건국기념일로 따로 기념하고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 독립선언일은 1919년 3월1일이다. 민족대표 33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맨주먹으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날이다. 미국은 독립선언을 한 후 영국과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했으나 우리나라의 독립선언은 일제의 총칼 앞에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그러나 3·1운동의 영향으로 1919년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그 후 많은 선각자들이 독립을 위해 싸웠으나 자력으로 독립하지 못했고, 1945년 8월15일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함으로써 광복을 맞았다. 광복 후 좌우 대립이 극심하다가 1948년 8월15일 38선 이남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38선 이북에는 북한 정부가 수립돼 분단의 시대를 맞게 됐다.

대한민국 건국일이 언제인가에 대하여 좌우 진영 사이에 대립이 심하다. 보수진영에서는 주권과 영토, 국민을 온전히 가지게 된 1948년 8월15일이 건국일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진보진영에서는 1919년 3월1일 독립선언을 한 날이 건국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건국의 개념은 하나의 사건이 아닌 일련의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 3월1일 독립선언으로 시작해 1948년 8월15일 정부수립이라는 과정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래서 1919년 3월1일은 독립선언일인 삼일절, 1945년 8월15일은 일제에서 해방된 광복절, 1948년 8월15일은 정부수립일로 기념하고 있는 것이다. 구태여 대한민국 건국일이 언제인지 소모적인 정쟁은 국민 분열만 조장하게 될 뿐이다.

그보다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누구인가 질문해 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이승만 대통령, 김구 임시정부 주석, 조봉암 농림부 장관, 김성수 한민당(민주당 전신) 당수,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등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승만은 임시정부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을 지냈으며 자유민주국가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주도했다. 김구는 임시정부 주석으로 일제 강점기 임시정부를 이끌었고 자신은 대한민국 정부수립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임시정부의 요인들인 이시영이 대한민국 부통령으로, 신익희가 국회의장으로, 이범석이 국무총리로, 지청천이 무임소 장관으로 각각 정부수립에 적극 참여했다.

조선공산당 출신인 조봉암은 북한으로 넘어가지 않고 전향해 정부수립에 참여했으며, 무소속으로 초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국회 부의장을 지냈다. 농림부 장관을 지내면서는 농지개혁을 주도했다. 제2·3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을 위협하는 인물이 됐으나 나중에 이승만에 의해 사법살인을 당하는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김성수는 지주와 자본가를 대변하는 정당인 한민당(현 민주당의 전신)의 당수로서 처음에는 임시정부를 봉대했다. 농지개혁을 반대하는 한민당원들을 설득해 농지개혁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했고 야당으로서 이승만 독재에 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병로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변론하는 인권변호사로 활동했고,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으로 사법부 독립의 초석을 놓았으며, 법전편찬위원장으로서 대한민국 민법·민사소송법·형법·형사소송법·상법 등을 초안해 대한민국 현대 법률의 기틀을 마련했다.

박헌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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