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대구경북 소멸보고서] 초보 이민자들의 '성지' 캐나다 위니펙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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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0 19:16  |  수정 2023-11-09 15:22  |  발행일 2023-08-21 제5면
주정부이민정책(PNP) 통해 인구 유출 문제 해결
2021년 기준 83만4천명으로 5년전보다 5만명 늘어
위니펙 로버슨대학 전체 학생 가운데 절반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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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 도심에서 흑인커플이 마주오는 백인 여성을 바라보며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오주석 기자.

캐나다 중앙부에 위치한 매니토바주는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통해 인구 유입을 선도 중인 주 정부로 손꼽힌다. 대표 도시 위니펙은 낮은 진입 장벽과 초기 정착 지원으로 캐나다 영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몰려드는 전 세계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 이민 초보자들의 성지
다양한 인종이 모여 하나의 경제권을 이루고 있는 위니펙에선 어느 곳에도 주류가 없다. 전체 인구의 4명 중 1명이 이민자인 위니펙은 도심에서도 순수 '백인' 캐나다인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지난달 방문한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은 다 민족 사회가 자리 잡은 도시였다. 국제공항에서 숙소로 향할 땐 필리핀 출신의 택시 기사가 운전하고, 식사를 하러 음식점에 들어가면 인도에서 온 여성이 주문을 받는 등 어디서나 이민자를 만날 수 있었다.


캐나다의 대표 커피 브랜드 팀홀튼에서 만난 유해연 씨는 "20년 전에는 주변에 동양인이 없어 길을 가다 한국어를 들으면 반가울 정도였는데 지금은 상황이 급변했다"라며 "필리핀과 인도인을 필두로 한국인들의 수가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나 위니펙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했다.


위니펙의 주력산업은 서비스업과 농업, 제조업, 광물이다. 캐나다의 중앙부에 위치해 물류의 중심지로 손꼽히지만 6개월 이상 계속되는 혹독하게 추운 겨울로 현지인의 인구 유출이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위니펙은 인구 유출을 주 정부 이민정책(PNP)을 통해 풀어가면서 현재 인구 증가 도시로 변모했다. 2021년 캐나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위니펙의 인구 수는 총 83만 4천여명으로 5년 전과 비교해 5만 명 가량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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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커피 브랜드점 팀홀튼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백인 남성의 주문을 접수하고 있다. 오주석 기자
인구 증가의 대부분은 외국인 유입으로 창출됐다. 해당 기간 이민자 수는 16만 1천여명에서 20만 7천여 명으로 4만 명 이상 증가했다. 잠재적 이민자로 볼 수 있는 비영주권자 3만명까지 포함하면 위니펙에 사는 외국인 수는 24만 명까지 늘어난다. 이들은 위니펙에서 필요로 하는 산업군에 녹아들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로버슨대학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 도심에 위치한 로버슨 대학 전경. 오주석 기자

유해연 씨는 "이민자가 많고 법적으로도 인종차별을 금지하기 때문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부당한 일을 겪는 상황은 사실상 매우 드물다"라며 "캐나다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선 언어가 가장 중요하다. 초기에는 인도나 필리핀 등 영어 생활권 이민자가 유리한 면이 있지만, 성실함으로 무장한 동아시아 사람을 선호하는 사업체도 많다 "고 말했다.

◆ '주 정부-대학' 이민정책 순환고리 형성
다양한 인종이 모여 하나의 경제권을 이루고 있는 위니펙에선 대학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인재 양성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캐나다 위니펙 도심에 위치한 사립대인 로버슨 대학(Robertson College)은 매니토바주정부이민정책(MPNP) 연계 프로그램으로 올해에만 1천여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했다. 전체 학생 수가 2천500명인 점을 참작하면 재학생 중 절반 정도가 외국인 유학생인 셈이다. 특히 지역 공립대학과 제휴를 맺어 졸업 후 취업비자(Post-Graduation Work Permit)을 획득할 수 있어 캐나다 영주권 원하는 유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로버슨 대학 글로벌 업무 관리자 헬렌 리는 " 1년간 학업을 이수하고 6개월 간 고용상태를 유지하면 매니토바주정부이민정책(MPNP) 프로그램을 통해 캐나다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게 돼 국제 학생 입학자 수가 엄청 늘어났다"라며 "5년 전 국제 학생 수가 10명 남짓이었는데, 지금은 천명이 넘는다. 내년 캠퍼스 확장도 예정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매니토바주 이민자들은 주로 기술 이민을 통해 영주권을 취득하고 있다. 2021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매니토바주는 주정부 이민정책 쿼터로 총 6천275명을 확보했다. 이 중 71.2%를 숙련공으로 뽑혔다. 대부분 매니토바에서 고등 교육 이상을 마치고 판매 및 서비스나 운송업 직종에 종사한 외국인들이었다. 출신 국가는 인도(62.3%)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나이지리아(11.2%), 중국(10.5%), 필리핀(7.3%)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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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슨 대학 일자리팀 관리자 마이클 브라운이 주정부 이민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주석 기자
로버슨 대학 국내 일자리팀 관리자 마이클 브라운 씨는 "인력난을 겪고 있는 매니토바 위니펙에선 지방 정부 차원의 이민 정책을 더욱 공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다른 주에서 근무한 이력이 없고, 매니토바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인재라는 것을 증명한다면 영어 점수가 조금 낮더라도 연방 정부에 영주권 신청을 건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이민과 관련한 총괄 업무는 캐나다 연방 정부가 결정권을 쥐고 있지만 , 주 정부가 쿼터에 따라 지역 이민자를 추천할 경우 연방 정부에선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대부분 승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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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에 위치한 캐나다 '인권 박물관' 오주석 기자
◆ 다문화 축제가 '국가기념일'
다양한 인종이 모인 만큼 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형성됐다. 캐나다는 수 세기 동안 이민 문호를 개방하면서 '다양성'과 '평등'을 국가 운영의 대원칙으로 삼아왔다. 대표적으로 아일랜드에서 캐나다로 넘어온 이민자를 위해 매년 3월 17일을 '세인트 패트릭 데이'로 정하는 등 이민자 기념일을 국가에서 챙기고 있다. 이날 캐나다 사람들은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초록색 옷을 입고 이와 연관된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에선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이 본국의 문화와 전통을 누리도록 매년 '포크로라마'(FOLKLORAMA)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1970년부터 진행된 이 행사는 8월 초에 시작해 2주간 열린다. 한국관을 비롯한 우크라이나관, 이탈리아관 등이 마련돼 있어 나라별 음식과 공연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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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왼쪽에서 두번째) 매니토바주 위니펙 한인회장과 운영진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오주석 기자
김재경 매니토바주 위니펙 한인회장은 "캐나다가 이민의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궁극적인 이유는 이민자를 수용하려는 국가의 자세에 있다"며 "영주권을 얻은 외국인이 원하는 만큼 영어공부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본국에서 딴 자격증도 여기서 활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국도 외국인이 자국민과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나간다면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이 한국으로 몰릴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 위니펙에서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이 기사는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와 지방시대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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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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