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대구경북 소멸보고서] 이민자가 주류로 부상한 밴쿠버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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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0 19:17  |  수정 2023-11-09 15:22  |  발행일 2023-08-21
밴쿠버 시장 중국계 켄 심, 유색인종으로는 최초
매트로 밴쿠버 '가시적 소송인종 142만명', 절반
밴쿠버 버나비 한인타운 "영어 못해도 지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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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의 대표 휴양지인 그랜빌 아일랜드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오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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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시장으로 활동 중인 중국계 캐나다인 캔 심. 지난해 10월 15일 치뤄진 총선에서 캔 심은 47.93%의 득표를 얻어 당선됐다. 출처 밴쿠버 시청

캐나다 이민자들의 종착지로 꼽히는 밴쿠버는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살아가는 해양도시다. 더 많은 직업적 기회, 도시 인프라를 누리기 위해 캐나다 영주권을 획득한 이민자들이 찾는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에 위치한 밴쿠버에선 어디를 가든 아시아계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캐나다 이민자들 사이에선 밴쿠버를 중국의 홍콩과 빗대어 '홍쿠버'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난해 BC주 밴쿠버 지방선거에선 중국계 출신 켄 심(Sim)이 재선을 노리던 케디니 스튜어트(Stewart) 전 시장을 밀어내고 최초의 유색인종 시장에 당선됐다. 아시아계가 캐나다의 대표 도시 밴쿠버의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밴쿠버 거주민의 절반 이상은 가시적 소수인종, 즉 유색인이다. 2021년 캐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밴쿠버시와 버나비 등 일부 위성도시 인구를 합한 메트로 밴쿠버 인구는 총 261만명인데, 가시적 소수인종 수는 14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4.5%에 해당한다. 가시적 소수 인종의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밴쿠버에서 중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은 전체의 20%인 51만 2천여명에 이른다. 남아시아인(14%·36만9천여명), 필리핀인(5.5%·14만2천여명), 서아시아인(2.5%·6만4천여명), 한국인(2.4%·6만3천여명)이 뒤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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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도시철도에 탑승한 승객 대부분이 유색 인종이다. 오주석 기자
◆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이민자들

이민자들은 상대적으로 영주권 확보가 쉬운 매니토바주 위니펙 등에서 영주권을 획득한 뒤 밴쿠버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구 출신 오태호· 황소영 부부는 캐나다 위니펙에서 영주권을 획득하고 최근 밴쿠버로 이사를 왔다. 집값이나 세금 등 주거 부담이 위니펙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지만, 더 좋은 삶을 꿈꾸며 밴쿠버행을 선택했다. 황소영 씨는 "밴쿠버의 주거비는 위니펙보다 약 3배 비싼 편이다. 방 2개 달린 아파트가 한화로 7억원 정도다"라며 "영주권을 받기 전 남편은 위니펙 캐나다구스 제조 공장에서 저임금을 받고 일했지만, 영주권을 획득한 뒤 밴쿠버로 이사와 토목 설계 업무를 하게 됐다. 급여 역시 2배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오태호 씨는 "과거 대구에서 하던 업무와 비슷한 일을 캐나다에서 하고 있다"라며 "운전면허 등 한국에서 획득한 자격증도 이곳에선 일정한 과정을 거치면 통용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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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그랜빌역 인근 카페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오주석 기자

BC 주는 이민자들이 본국에서 갈고 닦은 전문 기술을 캐나다에서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취업 및 직업훈련 서비스 협회(ASPECT) 등을 통해 외국 자격증에 대한 인증 서비스를 진행하는 한편 더 많은 기술이민자를 수용할 목적으로 최근 인증 문턱까지 낮추고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필요한 직업군은 의료 서비스 분야다. 올해 2월 기준 의료 산업 구인 수는 14만 3천여개에 달한다. 황소영 씨는 "현재 주 정부 소속 병원에서 행정 직원으로 풀타임 근무를 하고 있다"라며 "위니펙에서도 비슷한 일을 했지만, 의료 시설이 발달한 밴쿠버에서 더 많은 기회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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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투버시의 위성도시인 버나비시에 한인타운이 조성되어 있다. 오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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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한인 음식이 진열된 한인마트에서 손님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오주석 기자
이민자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주거 시설은 밴쿠버 주변에 넘쳐난다. 지하철 노선 한가운데 차이나타운 역이 있는가 하면 한인들이 모이는 한인타운도 활성화됐다. 밴쿠버의 위성 도시인 버나비에 위치한 한인타운에선 한국산 식자재를 구매할 수 있는 마트부터 은행 환전소, 법률사무소, 부동산과 같은 기반 시설이 밀집했다. 마트에서 만난 한국인 강모 씨는 "한인타운 주변에 거주하면 사실상 잘 영어를 못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라며 "교육과 직업적인 면에서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생활 인프라도 풍부한 만큼 이민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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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중심부에 위치한 차이나타운 입구.

◆ 이민 사회의 '명과 암'
이민자가 늘어나는 것이 장밋빛 미래만을 제시하는 건 아니다. 사회적 혐오 등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2021년 캐나다 경찰 신고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증오 범죄 사고 3천360건 중 절반 이상인 1천723건이 인종 또는 민족과 관련한 범죄였다. 혐오 범죄의 표적은 흑인(645건)과 한인을 포함한 동남아시아(305건) 사람이었다. 특히,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는 최근 2년간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밴쿠버에 이민 온 중국인들이 터를 잡고 살았던 차이나타운은 마약 범죄로 얼룩진 상태다. 대마초가 합법인 BC주 밴쿠버에선 펜타닐과 같은 마약을 2.5g 이하로 소지할 경우 법적으로 체포되거나 형사처벌 받지 않는다. 이런 사정 탓에 차이나타운 주변은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즐비한 무법 도시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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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불성 상태인 백인 남성이 밴쿠버 차이나타운 인근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오주석 기자

'밴쿠버 조선일보' 최희수 기자는 "이민으로 성장한 나라임에도 이민자들 대하는 자세에 있어 당파 간 온도 차이가 존재한다. 여당은 적극적으로 친이민 정책을 펼치는 반면 야당은 난민 수용에 부정적이다 "라며 "모든 사회적 혐오 문제를 이민자와 원주민 간 대립으로 단정할 순 없지만, 캐나다는 인종차별을 방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밴쿠버는 범죄도시로 전락한 차이나타운의 상권을 살리기 위해 보안 카메라를 추가 설치하거나 혐오적인 낙서를 지우는 데 지자체 예산을 투입하기도 한다"고 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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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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