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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겸<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 젊을 땐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약간의 두려움은 가졌지만 지금의 젊음을 즐기기에도 모자랐다. 이제 거의 반백 년을 살고 있는 지금, 흰 머리뿐 아니라 턱에도 드문드문 흰 수염이 보인다. 건강을 유념(有念)해 챙겨야 하는 나이에 이른 것이다.
점점 나이가 든다는 것, 죽어간다는 것에 필자는 어떻게 의연하게 대비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볼 시기가 되었다. 원불교에서는 '나이 40이 넘으면 죽어가는 보따리를 챙기기 시작하여야 죽어 갈 때에 바쁜 걸음을 치지 않는다'는 법문이 있다. 처음에 이 법문을 볼 때는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지금 몇 살인데, 40부터 죽음을 준비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왜 하필 40일까? 공자께서는 40세를 '불혹(不惑)'이라 하여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이 흐려지거나 유혹됨에 끌려가는 일이 없게 됨을 뜻하였다. 일반적으로 40대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풍족하고, 지위도 후배직원들을 지휘하는 자리에 있고, 사회경험도 풍부해서 이제는 웬만한 것에는 그다지 겁을 내지 않는 때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전반적으로 안정된 시기이다. 이럴 때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에 대한 개똥철학 나만의 해답을 그려보면 40대는 나의 전반기 인생이 어떠했는가 되돌아보고, 남아있는 후반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계획해 보고 그 계획대로 실행해 보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내가 가진 보따리에 무엇을 챙겨 넣고 있는가? 같이 지내고 있는 가족, 이웃, 친구들에게 상생(相生), 화합(和合)하는 기운을 보내고 있는지, 아니면 갈등하고 시기, 경쟁하는 데에 몰두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비단 40대에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대명제는 모두에게 통용되는 진리(眞理)이다. 늙는다는 것, 노화(老化)라는 것은 사실 변화한다는 것이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현재를 잘 살고 있어야 앞으로 잘 죽을 수 있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정해진 답은 없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이 소중한 생명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해 화두(話頭)처럼 고이 품고 살아보자. 남은 생을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는 각자가 풀어가야 할 인생의 숙제이다.
신지겸<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신지겸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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