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경산 중산지 둘레길 맨발걷기

  • 천윤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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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3  |  수정 2023-08-22 10:51  |  발행일 2023-08-23 제24면

[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경산 중산지 둘레길 맨발걷기
경북 경산 중산동 중산지 둘레길에서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벗어 놓은 신발들이 거치대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천윤자 시민기자

여름밤 중산지(中山池)는 맨발족으로 북적인다. 태풍이 지나가고 무더위가 다시 시작됐지만 해거름이 되자 저수지 둘레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돗가에 마련된 거치대에 가지런히 신발을 벗어 놓는다. 아이와 함께, 부부가 함께, 그리고 친구끼리 걷는다. 가끔씩 무리지어 걷는 동호회 회원들도 보인다. 양손에 스틱을 짚고 걷는 이, 양말을 신고 걷는 이, 운동화를 신고 걷는 이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맨발이다.

 

 경북 경산 중산동 옛 공장 부지였던 이곳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중산지가 시민 휴식처로 바뀌었다. 둘레길을 자연 그대로 둔 덕에 인근 주민의 맨발걷기 명소가 되었다. 중산지에 어둠이 내리면 색색의 조명등이 켜지고 화려한 음악분수 쇼가 열린다. 혼자 걷는 중년 여성에게 슬며시 다가가 맨발로 걸은 지 얼마나 됐냐고 물어봤다. 2년 넘게 맨발걷기를 했다는 그는 이후로 잠이 잘 오고, 혈액순환과 소화력이 좋아지고, 어깨 결림도 사라졌다고 한다. 어떤 이는 무좀이 나았고, 또 어떤 이는 족저근막염이 치료됐다 한다. 심지어 안구건조증과 이명이 사라졌다는 등 온갖 병이 나았다는 경험담이 이어진다.


조현섭 맨발학교 경산지회장(68). 유도선수 출신인 그는 운동을 오래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늘어나는 체중과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성인병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삶을 안겨 준 것은 다름 아닌 맨발걷기였다. 체중을 10㎏ 감량하고 먹던 약도 끊었다. 조 지회장은 "황톳길은 면역력을 키워주고, 마사토길은 두뇌 자극으로 치매 예방에 좋고, 바닷가 모랫길처럼 물에 젖은 길은 우리 몸의 활성산소를 배출시켜 준다"며 길마다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산지 맨발학교 회원은 18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단체 카톡방에 그날의 자기 활동을 올린다. 100일째 되는 날이 되면 맨발학교에서 격려의 상장도 수여한다. 조 지회장은 "맨발학교는 5무 학교다. 건물, 교사, 시간표, 등록금, 시험이 없는 학교다. 누구나 자유로운 시간에 나와서 걷는 학교다. 입학하면 얻는 것은 건강이다"고 말했다. 걸은 지 7개월째 됐다는 박순석(61)씨는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맨발걷기로 건강해졌다"고 했다.


어릴적 흙의 촉감을 기억하는 발바닥이 뇌세포를 충동질한다. 운동화와 양말을 벗었다. 단단히 조여 맨 신발 속에서 해방된 발가락이 꿈틀한다. 조심스럽게 몇 발작 움직여보니 발바닥이 따끔거린다. 그런데 걸을 만하다. 건강을 위해 얼마나 좋을지는 아직 경험해 보지 않아 모르겠다. 그러나 신발을 벗고 맨땅에 발을 내디딘 것만으로도 단단히 옥죄고 있던 마음 한 구석을 내려놓은 듯 시원하다. 이 해방감만으로도 맨발걷기에 중독될 것 같다.
천윤자시민기자kscyj8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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