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사람의 뼈를 통해 본 옛사람들의 질병 ①

  •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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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5 09:07  |  수정 2023-08-25 09:08  |  발행일 2023-08-25 제25면
철 부족·기생충 감염, 성인·아이 모두 '뼈에 구멍'
눈·머리 부분 '안와천공' '다공성 과골화증'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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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사람들은 살면서 가벼운 찰과상부터 감기나 골절, 심지어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 이 중 일부 질환은 뼈에 흔적을 남기는데 이러한 인골에 남겨진 질환을 분석하여 고대 사회의 일면을 복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필자도 이 분야 전문가(세종대 우은진 교수 등)들의 도움을 받아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고분군에서 출토된 인골에 남아있는 질병을 찾아 정리하고 있다.

영남대학교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임당유적 출토 인골 259개체 중 병리적 특징이 나타나는 개체는 총 144개체이며 남성(적) 인골에서 54개체, 여성(적) 인골 40개체에서 질병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이에 임당유적에서 출토된 사람 뼈를 통해 알 수 있는 옛사람들의 질병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임당 인골에서 파악할 수 있는 건강상의 지표는 질병의 발생 원인, 뼈대에 남는 질병의 양상, 그리고 질병이 급성인지, 만성인지 등의 다양한 기준에 의해 분류된다. 발달상의 스트레스 지표에는 안와천공(cribra orbitalia), 다공성 과골화증(porotic hyperostosis), 에나멜 형성부전증(enamel hypoplasia)이 포함된다. 성인기에 나타나는 스트레스 지표는 주로 일상적인 육체적 행위에 의한 역학적 스트레스 반영 지표들로, 퇴행성 관절 질환(degenerative joint disease), 근부착부위 뼈대 변형(enthesopathies), 척추에서 나타나는 쉬모를 결절(Schmorl's nodes)이 대표적이다. 치아와 위턱뼈(상악골), 아래턱뼈(하악골)에서 나타나는 병리적 지표로는 충치, 생전 치아 결실, 치주염, 농양, 과골화증, 마모 패턴이 분석되었다.(사진1~4)


눈확 위벽 여러 개 작은 구멍
치아, 에나멜 형성부전증·충치
입천장뼈에 다공성 과골화증
20~50세 성인 남녀 모두 발병

유아~청소년, 비타민 등 결핍
머리 표면 울퉁불퉁해져 함몰



이번 글에서는 먼저 발달상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부터 살펴보겠다. 눈이 들어가는 공간의 뼈인 눈확의 위벽에 여러 개의 작은 구멍이 생기는 증상(안와천공 cribra orbitalia)이 확인된다. 이는 철 성분이 부족하거나 철 성분의 흡수에 방해가 되는 식이 상태, 비타민C와 B12 결핍과 관련된 뼈막아래 출혈, 기생충과 같은 미생물 감염, 전염성 질환,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증상은 옛사람 뼈 중에서 유아와 어린이, 청소년에게서 주로 확인되는데 임당유적 출토 인골에서는 성인을 포함 7명의 머리뼈(두개골)에 이 증상이 남아있었다.

6세기 중반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조영EⅡ-6호에서 출토된 인골의 눈확 위벽에서 여러 개의 작은 구멍이 확인되었다.(사진5) 이 인골은 이 무덤의 주피장자로 21~35세 정도이며 전체적으로 여성적인 요소가 강하였다. 이 외에도 위턱뼈와 넙다리뼈(대퇴골)에는 외골막염이, 치아에는 충치가 확인되었다.

조영1A-14호 출토 인골(사진6)은 무덤 주피장자로 중앙에 머리를 남동쪽으로 두고 똑바로 안치되었으며 남아있는 뼈도 대체로 정연하게 놓여있었다. 이 인골의 나이는 36~50세 정도이며 뼈에는 남성적인 요소가 잘 남아있었다. 마찬가지로 눈확 위벽에서 여러 개의 작은 구멍이 확인되었으며 치아에서는 선형 에나멜 형성부전증과 충치가 확인되었을 뿐만 아니라 생전에 치아가 결실되었고 치관이 탈락한 흔적도 확인된다.

임당6A호에서 출토된 인골(사진7)은 무덤의 주인공과 함께 순장된 어린아이다. 앞니를 포함한 일부 치아는 영구치로 이갈이를 하였으며 유치도 일부 남아있었다. 그 외 뼈에 남아있는 여러 성장 정보를 종합해 볼 때 6~12세 정도로 추정되었다. 나이가 어려 2차 성징이 발현하기 전이므로 육안으로 성별을 추정하기는 어려웠다. 이 어린아이의 머리뼈 중 눈확 위벽에 여러 개의 작은 구멍이 선명하게 확인되었으며 관자골(측두골)과 입천장뼈(구개골)에서도 작은 구멍이 여러 개 확인되었다.

머리뼈에는 작은 구멍이 생기기도 하고 울퉁불퉁한 표면이 남아있기도 하였다. 이를 다공성 과골화증(porotic hyperostosis)이라고 한다. 이 증상은 골수가 비대해져 머리뼈 판사이층이 두꺼워지면서 머리덮개뼈의 바깥판이 얇아지고 작은 구멍이 생기는 병변이다. 눈확 위벽의 구멍과 함께 옛사람 뼈에서 가장 흔하게 확인되는 병변 중 하나이며, 원인은 철 성분이 부족한 식단과 기생충 감염 등 빈혈을 일으키는 현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임당유적 출토 인골에서는 37명의 뼈에 이 증상이 남아있었다.

조영1A-11호 출토 인골은 36~50세 정도로 다소 나이가 많은 편이며 이 무덤의 주피장자이다. 남아있는 뼈의 상태로 보아 여성적인 요소가 강하며 입천장뼈에 다공성 과골화증이 선명하게 확인된다.(사진8) 이 외에도 머리뼈에도 다공성 과골화증이 확인되며 오른쪽 두정골(마루뼈)에는 생전에 함몰된 흔적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조영EⅡ-13호에서 출토된 인골은 주피장자로 21~35세 정도의 비교적 젊은 사람으로 추정된다. 뼈의 형태를 볼 때 남성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인골의 머리뼈에서 다공성 과골화증(사진9)이 확인되며 흉추에는 쉬모를 결절이, 넙다리뼈와 정강뼈(경골)에서는 골막염이 확인되기도 한다.

이상에서 보듯이 눈확 위벽에 작은 구멍이 생기는 증상인 안와천공과 머리뼈에는 작은 구멍이 생기거나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는 다공성 과골화증의 경우 철 성분이 부족하거나 기생충 감염, 비타민 결핍, 유전적 요인 등에 의해 발현되므로 고대 사회의 어린아이를 비롯해 남녀 성인 모두에게 확인되고 있다.

마침 영남대학교박물관에서 '사람 뼈로 본 옛사람들의 질병'이라는 제목의 특별전(9월4일~11월30일) 개막을 준비 중에 있다. 옛사람 뼈를 관찰하여 그들의 질병을 소개하는 전시가 아주 대중적인 전시라고는 할 수 없지만 형질(체질)인류학적 연구와 고고학적 발굴 성과를 잘 접목하여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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