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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건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주임) |
문화로 걸은 두 달간의 산책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수없이 되읽고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매회 밝힌 소회가 부끄러우면서도 몇 편의 글로 남게 된 흔적이 내심 사랑스럽기도 하다. 문화적 취향, 골목과 시, 예술후원, 클래식, 미술, 책방, 영화까지 일곱 편의 흔적을 갈무리하며 여덟 번째 이야기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
8월 초, 여름이 한창이던 때 스튜디오 에이치아츠(H-Arts)를 찾은 적이 있다. 종종 대구생활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사업의 공연이나 전시, 축제를 보러 가곤 하는데 그날은 동네 가까운 곳에 공연장이 있어 찾아갔다. 스튜디오는 집 앞을 산책하다 우연히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웠다. 1층 공연장에 홀로 들어가자 갖가지 타악기가 있었고 엄마와 아이들, 몇몇의 개인 참여자들이 칼림바를 들고 앉아 있었다. 생활문화육성지원사업으로 5주간의 '타악기와 칼림바 배우기' 무료 강좌를 마무리하며 무대를 꾸리는 자리였다. '작은별' '나비야' '젓가락행진곡' '수고했어, 오늘도'와 같이 담담하고 쉬운 곡들을 연주하며 참여했던 모두가 함께 무대를 만들어내었다. 특히 무대에 선 아이들의 눈빛에 매료되었는데, 어른들에게는 다소 단출하다 느껴질 수 있는 무대였지만 고사리손으로 타악기와 칼림바를 연주하는 아이들의 눈동자는 근 몇 년 사이 본 것 중 가장 반짝이고 있었다. 아이들의 일상에 들어온 문화생활이 그렇게나 아름답고 설레는 일이었던 것이다.
누군가 생활문화 공간과 생활문화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슬리퍼를 신고 마실 가듯 찾을 수 있는 곳, 고매한 격식을 차리지 않고 취향과 취미가 맞는 사람들이 모여 배우고 즐기고 나눌 수 있는 것"이라고. 이 시대의 문화는 향유하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예술을 감상하는 것도 문화생활의 한 방법이지만 스스로 문화예술의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서고, 작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것을 우리는 생활문화라 부르고 대구생활문화센터는 지역의 생활문화가 원하는 모든 이의 일상에 녹아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되돌아보면 문화는 내게도 일상이자 생활이었다. 학교 록 밴드 동아리의 일원으로 무대에 오를 때면 매번 그렇게 설레고 좋았었다. 한 번도 무대에서 불러본 적은 없지만 그 시절 자주 들었던 노래 한 구절을 남기며 마지막 짧은 글을 마쳐본다. '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새로울 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신민건〈대구문화예술진흥원 주임〉

신민건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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