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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소설가) |
1910년대는 나라가 망한 충격과 일제의 무단통치 탓에 독립운동을 펼칠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광복회는 전국 각도는 물론 만주까지 지부(2대 지부장 김좌진)를 설치해 맹렬히 일제에 맞섰고 친일파들을 처단했다.
그래서 제5차 교육과정 고교 국정 국사교과서는 1915년 8월25일 결성된 광복회를 '1910년대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독립운동단체'로 소개했다. 조선총독부 문서에는 광복회가 1919년 기미만세운동의 밑바탕이 되었다는 평가가 남아 있다.
광복회는 어디에서 결성되었을까? 놀랍게도 대구 달성토성이다. 더 놀라운 것은 달성토성에 광복회 관련 안내판 하나 없다는 점이다. 당연히 대구시민 대부분이 광복회의 존재와 활동, 그리고 결성지가 대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대구근대역사관이 광복회 특별기획전을 열고 있다(6월9일~11월5일). 광복회는 독립운동사에서 손꼽히는 주요 항일결사체일 뿐만 아니라 대구에서 결성되었다. 즉 광복회를 기리는 전시가 대구에 마련된 것은 당연하고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광복회를 제재로 한 문학작품 창작은 대구 문인들에게 주어진 소명 중 한 가지이다. 고향 생빅투아르산을 60점 이상 그림으로 남긴 세잔을 본받아 광복회 서사시나 소설을 한 편씩 써보자. 주인공으로는 대구사람 우재룡이 적절하다.
박상진, 채기중 등 광복회 간부들은 대부분 1918년 1월 이래 피체되어 순국한다. 우재룡은 항일투쟁을 계속했고, 독립 후 광복회 정신 계승을 위한 사회활동도 펼쳤다. 대구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우재룡은 광복회 역사를 가장 잘 증언할 수 있는 인물이다.
대구에는 문학의 주인공이 될 인물들이 많다. 부인사 선덕여왕, 불굴사 김유신, 달성토성 서침, 파군재 신숭겸, 안일사 왕건, 인흥사 일연, 육신사 박비, 도동서원 김굉필, 동화사 사명대사, 대구향교 우배선 등 무수하다.
녹동서원 김충선, 백불고택 최흥원, 금호강 서유교, 현풍 문석봉, 이장가 이동진, 우현서루 이일우, 광문사 서상돈, 북성로 순종, 첨운재 윤상태, 조양회관 서상일, 남산교회 김태련 부자, 혜성단 이영식도 빼놓을 수 없다.
대구은행 이종암, 영선못 현정건, 일장기 현진건, 계성학교 이상정, 수성들 이상화, 비슬산 조기홍, 조선은행 장진홍… 뛰어난(?) 반민족행위자들도 있다. 글을 쓰자. 스티븐 킹의 "글을 쓰지 않으면 정신이 피곤해진다"라는 말에 귀를 쫑긋 기울이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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