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時時刻刻)] 다양성이 경쟁력이다

  • 권세훈 (주) 비즈데이터 이사· 파리1대학 법학박사
  • |
  • 입력 2023-08-29  |  수정 2023-08-29 06:56  |  발행일 2023-08-29 제23면

[시시각각(時時刻刻)] 다양성이 경쟁력이다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 파리1대학 법학박사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이 미국 뉴욕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홍콩과 케이맨제도,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진행 중인 채권구조조정 협상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부동산산업 1위 비구이위안그룹은 10억달러 규모의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처해있다. 부동산산업 붕괴의 여파가 금융권으로 확산되면서 상하이, 선전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경제전문가들은 '부채에 의해 성장한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개인 간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전체주의와 획일적 문화에서 중국이 가지는 한계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사회주의 이념이라는 명분하에 자유로움에 의해 만들어지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이지 못하면, 경제·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발생하였을 때 그것을 타개하고 발전의 발판으로 삼을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한 국가의 발전은 개방성과 다양성에서 나온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도 로마의 번성은 개방성에서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로마는 정복민들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하고 자치를 허용하였으며, 개방성이 로마의 부흥을 이룩할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개방성은 바로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양성은 '성별, 국적, 신체적 조건, 경제적 조건, 신념, 사상, 가치관, 행동 양식, 종교, 문화 등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치관'으로 정의된다. 다양성이 보장될 때 개인의 인격이 존중받고 개성이 발현되어 창조성이 나오는 것이다.

한 분야에서 서로 경쟁하여 1등을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현대사회는 다양성에 기반을 둔 창조성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시대이다. 토머스 에디슨은 어린 시절 알을 품어 병아리를 부화시키려 했고,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친구에게 공중에 뜨게 해 주겠다며 인체실험까지 했다. 평범한 사람의 시각에서 보면 이런 에디슨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4차원의 아이다. 하지만 에디슨의 어머니는 그의 독특한 개성을 인정하고, 스스로 선생님이 되어 에디슨을 직접 가르쳤다. 결국, 에디슨은 발명가로 사업가로 성공하여 전구, 전화 축음기, 영사기 등을 만들 수 있었다. 학교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 다수가 의과대학에 쏠리는 우리의 교육 현실은 어쩌면 학생들의 다양한 특성들을 우리 사회가 스스로 사장시킨 결과 아닐까?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의 부인인 브리지트는 마크롱과 결혼 당시 마크롱보다 24살 연상인 54세였고 세 아이의 어머니였다. 하지만 결혼 10년 후 브리지트는 마크롱을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참모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이 결혼이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라서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았을지도 모르지만, 프랑스에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졌다. 사랑과 결혼에 있어 개방적이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프랑스의 문화가 마크롱 대통령을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K-컬처가 세계문화를 선도하고 있으며, 이것을 지켜보고 있는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기까지 우리나라는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자유로워졌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성 소수자 축제, 이슬람사원 건축 등을 거리낌 없이 편안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다른 문화와 다른 개성을 존중할 때 우리도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것 아닐까?

권세훈 <주> 비즈데이터 이사· 파리1대학 법학박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