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
새만금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총체적 부실로 창피스러운 대형 사고를 내며 지난 8월12일 막을 내렸다. 그나마 중앙정부를 비롯하여 많은 기관과 기업과 국민 그리고 심지어 가수들까지 나서 노력한 결과 대회 참가자들을 완전히 만족시키지는 못했지만 가까스로 국제적 망신은 면했다.
세계 13위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한 것일까? 잼버리 대회는 지역, 조직위, 참여기업, 중앙 및 지방공무원이 이득과 공(功)은 최대한 챙기면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제대로 다하지 못한 예견된 불상사였다. 결과적으로 잼버리 대회를 망친 근본적 원인은 개인 이기주의, 지역 이기주의, 조직 이기주의 등과 결합한 탐욕이다. 설상가상으로 탐욕으로 대형사고가 발생하여 국격손실로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한 사람 제대로 된 사과 없이 관련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책임을 부인하며 "당신들이 잘못했다"고 서로 손가락질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듣는 국민은 없으며 거짓말이라는 것도 안다.
실패의 원인으로 누군가의 탐욕을 탓하는 블레임(blame) 게임만 난무한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탐욕과 이기심을,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안일과 무책임을, 중앙정부는 전북도 등 지방정부의 탐욕과 무능을,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비협조와 책임 전가를, 심지어 전직 대통령까지 나서 잼버리 대회를 "실패"라고 비판하며 현 정부 책임으로 떠넘기는 지경까지 갔다. 책임 전가 탓에 바빠 잼버리 대회의 총체적 부실이 누구의 탐욕 때문인지는 오리무중이다.
잼버리 사고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탐욕과 거짓이 결부된 하나의 단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의 상당수가 사라지고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국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며 오랫동안 한국 사회가 공유해 온 "우리 국민은 예의염치(禮義廉恥)를 중시한다"는 국민적 상식이 깨진 지 오래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건물주로 쉽게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아이들에게조차도 탐욕이 춤춘다. 탐욕에서 비롯된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특히 내로남불이 시대정신(?)이 된 상황에서 거짓말이 들통나더라도 별다른 큰 벌을 받지 않고 받아도 아주 약하게 받기 때문인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끝까지 거짓말로 우긴다. 염치가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탐욕과 거짓말로 돈을 벌거나 민심을 속여 세상을 뒤집고 권력의 정점에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켜켜이 쌓아 올린 거짓말과 말 바꾸기로 돈과 권력을 차지하려 했던 탐욕의 결과는 파멸과 불행이라는 것을 무수히 많이 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욕과 거짓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 문제는 탐욕스러운 사회지도층이나 공무원들이 공과 이득은 자신들이 차지하고 책임과 국격손실은 국민들에게 덤터기를 씌워 탐욕과는 거리가 먼 일반 국민이 대가를 치른다는 점이다.
경제·문화 강국인 대한민국이 탐욕과 거짓말로 목하 추락 중이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갈림길에 선 한국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탐욕에 젖어 공만 차지하고 책임회피를 위해 거짓으로 누군가를 '네 탓이야'라고 저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는 탐욕·거짓행위에 대해 보다 엄격한 법 집행을, 사회지도층과 공무원들은 염치를 기반으로 협동의 제도와 규범을 만들고, 국민 각자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부활을 위해 신뢰와 절제사회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이재훈 에코프로 파트너스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