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단기적 시각보다 항심(恒心)이 중요하다

  • 안성조 경북연구원 인구정책센터 연구위원·영남일보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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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4 07:19  |  수정 2023-11-09 15:55  |  발행일 2023-09-04 제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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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조〈경북연구원 인구정책센터 연구위원·영남일보 자문위원〉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0명을 기록하여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직전 분기인 1분기의 0.81명에 비해 0.11명이, 전년 동기의 0.75명에 비해 0.05명이 감소한 수치이다. 더불어 수도권으로의 청년인구 유출까지 더해져 일부 지역에서는 자립적 인구 재생산구조가 붕괴되는 지경이다.

이러한 사회적 위기에 대응하여 정부는 2022년 전국의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18곳을 관심지역으로 고시했다. 그리고 10년간 10조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운영해 해당 지역에 대한 체계적·중장기적 지원 계획을 발표하였다. 지역 입장에서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의미와 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소멸에 대한 중장기·안정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간 지방소멸 대응정책은 성과주의에 기반한 단기적 시각이 위주였다. 그러나 지역 입장에서는 기금을 통해 지방소멸에 대한 중장기적·안정적 접근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최근에 중앙정부는 지역활성화투자펀드 등 타 사업으로 기금을 전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기금사업의 안정성을 강화해야 보다 근본적이고 일관성 있는 지방소멸대응 정책을 기획·추진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지역 특수성과 자율성 보장이다. 지방소멸의 원인과 현상은 저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고, 중앙정부가 제시하는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기금을 통해 해당 지자체가 문제를 진단하고 정책을 마련한 후 우선순위를 정해 전략적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지나친 성과평가와 줄 세우기로 인해 이러한 기금사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의 대상지역은 이미 행안부가 고시한 인구감소지역이므로 지나친 경쟁보다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보장해 줘야 한다. 특히 광역지자체 내에서도 기초지자체를 경쟁시키는 평가체계를 운영하다 보니 지역 간 협력도 어려운 구조이다. 지방소멸 정도에 따라 정액 예산을 지원하고 성과평가에 따른 차등 폭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전문지원조직 활용이다. 지방소멸대응은 주거, 교육, 보건복지, 지역개발 등 다양한 영역의 종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민간과 공공 사이의 협력적 조정과 연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민관협력적 거버넌스를 운영할 수 있는 전문지원조직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기획, 모니터링, 분석, 평가, 컨설팅 등을 꾸준히 진행해 나가야 한다.

지금 각 지자체는 2024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기금 운영의 3년차를 맞아 지역에서는 평소의 민원사업이나 개발사업보다는 정주여건을 근원적으로 강화하고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사업을 기획·추진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이러한 지역의 노력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단기적 시각보다는 항심(恒心)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성조〈경북연구원 인구정책센터 연구위원·영남일보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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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조 경북연구원 인구정책센터 연구위원·영남일보 자문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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