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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교은 (갤러리 프랑 대표) |
세계에서 비공식적으로 가장 부자인 가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유대인 출신의 재벌가 로스차일드(불어로는 로칠드) 가문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세계적인 금융 재벌가로도 유명하지만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샤토 무통 로칠드'라는 와인은 그 이름만으로도 수많은 와인 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인을 논하기 위해서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스토리를 빼놓지 않을 수 없는데, 약 50조달러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고의 재벌 가문도 그 시작은 미약했다고 한다. 가난했지만 사업 수완이 뛰어났던 이들은 시장에 골동품을 내다 팔거나 환전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등의 장사를 해서 그 능력치를 인정받으며 독일의 궁정상인을 거쳐 점점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서 큰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이렇듯 막대한 부를 쌓았지만 로스차일드 가문은 본인들만 아는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바로 본인들의 가문은 명예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에 큰돈을 벌어들인 부자들 사이에서는 그 당시에 와이너리를 소유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기에 로스차일드도 자신들의 가문이 더욱 명예가 있고, 소위 말하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와이너리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샤토 무통 로칠드는 2등급에서 1등급의 보르도 특급와인으로 격상되는 등의 변화를 맞이할 수 있었다.
1945년 빈티지부터는 해마다 당대 최고의 화가를 선정하여 매년 와인의 레이블링 제작을 의뢰하였다.
실제로 샤토 무통 로칠드의 라벨지를 장식한 작가들은 살바도르 달리(1958년), 피카소(1973년), 앤디 워홀(1975년), 제프 쿤스(2010년) 등 유명 작가들이 선정되었고, 국내에서는 최초로 단색화의 거장인 이우환 화백이 2013년 라벨을 장식하면서 동양의 정신, 수행성을 나타내는 그의 작품과 서양의 대표적인 와인의 만남이 큰 화제가 되었다. 당시 숨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로스차일드 측에서 2013년 빈티지를 장식할 한국 작가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고, 여러 명의 작가가 리스트에 올랐으나 최종적으로 남은 2인이 바로 이우환과 천경자 화백이었다고 한다.
흔히 와인의 양조 과정을 예술작품의 탄생에 비유하고는 한다. 우리의 첫 시선이 머무르는 곳은 그의 겉모습이지만 그에 얽힌 스토리나 역사, 생산자의 철학을 알고 보면 깊이가 더해져 그의 진짜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서로의 철학이 맞닿아 있는 와인과 예술의 만남, 로스차일드 가문이 최초로 시작한 아트 레이블링 작업이 가져온 지금의 수많은 아트 컬래버레이션은 이 시대 현대인들의 문화 향유 방식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임교은<갤러리 프랑 대표>

임교은 갤러리 프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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