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時時刻刻)] 수술실 CCTV 의무화, 공공이 나서야

  • 박윤하 우경정보기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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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5  |  수정 2023-09-05 06:56  |  발행일 2023-09-05 제23면

[시시각각(時時刻刻)] 수술실 CCTV 의무화, 공공이 나서야
박윤하 (우경정보기술 대표)

이번 달 25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시행에 따라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모든 의료기관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수술 도중 생기는 의료사고나 대리수술, 동시수술, 성추행 등 불법 행위로 환자의 안전과 인권이 침해되는 경우에 대비해 영상 기록을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2021년 9월 의료법 개정에 따라 의무화되었다. 현실에서 의료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데,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전문가가 아닌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 진상규명에 수술실 CCTV만 한 증거자료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의료 약자에 선 환자의 입장에서 수술실 CCTV는 '구명조끼'와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앞두고 의료업계의 반발이 존재한다. 의료업계의 반발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는데, 첫째는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하여 수술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등 의사들의 진료 활동을 위축시켜 결국 환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과, 둘째는 의식이 없는 상태인 환자의 수술 장면 등 개인정보가 담긴 영상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CCTV 설치 비용과 유지 관리비 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첫째,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해 의사들의 수술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수술 장면 촬영에 대한 예외 규정 정비로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월 복지부가 시행령을 통해 병원이 CCTV 촬영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여섯 가지 기준을 입법 예고한 것이 그 예일 것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 여섯 가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하지만, 사실 이러한 문제는 정부와 의료 현장이 머리를 맞대고 적용 가능한 규정을 함께 제정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면 된다.

둘째,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수술실 영상에 등장하는 인원에 대하여 AI 기술을 활용한 모자이크 처리(비식별화), 수술실 영상에 대한 암호화 저장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 최근의 CCTV 영상정보 보안 솔루션에는 비식별화, 암호화 이외에 계정마다 권한과 접근범위를 지정해 영상정보에 대한 접근 통제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기술적으로는 '기우'에 불과하다.

의료업계가 지적하는 마지막 쟁점은 비용 문제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수술실 CCTV 설치비용의 절반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설치비용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지만, 이를 유지 관리하는데 인적, 물적자원이 더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 의료업계의 더 큰 고민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은 전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공공선'을 이루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므로, 관련하여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또한 응당 사회 전체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관련 예산을 늘려 CCTV 설치비용뿐만 아니라 유지, 관리에 필요한 비용 또한 각 의료기관에 지원해야 한다.

최근 발생한 다양한 사건에서 보듯, CCTV가 존재한다는 시그널 자체로 잘못된 행위를 하지 않게 하는 유인을 주기 때문에, CCTV는 사고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이고 따라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시대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수술실 CCTV로 우려되는 영상 유출 문제는 민간의 AI와 결합된 영상보안 기술로 해결 가능하다. 정작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풀어가야 할 명확한 규정 정비와 예산 지원과 같은 사회 제도 정비에 있는 것이다.

박윤하 (우경정보기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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