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빗장 도시'와 동네 도서관

  •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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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6  |  수정 2023-09-06 07:02  |  발행일 2023-09-06 제26면

[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빗장 도시와 동네 도서관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도시는 사람과 돈이 모이고 경제가 발전할수록 불평등해진다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소득 격차가 커지면 중산층이 무너진다. 불평등 속에서 자라난 불신과 두려움은 자동차와 보행자의 유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주거지역의 급증을 부채질한다. 오늘날 전 세계 도시들이 겪는 '빗장 도시(Gated Community)' 현상이다.

'빗장 도시'는 집값이 비싸고 학력 수준이 높아 바깥에서 새로 이주해 들어오기 어려운 도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이웃과 담을 쌓고 그들만의 사회를 형성하여 학벌과 부를 대물림하고 계층의 사다리를 끊어버리는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1990년대 이후 여러 나라에서 주거단지 개발 시 소득이 높은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를 하나의 커뮤니티에 거주하게끔 정부가 규제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소득계층 혼합' 정책을 추진하였지만, 형식적 혼합에 치우친 나머지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교류하는 공동체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인프라'에 주목해야 한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들 사이의 연계, 이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네트워크, 호혜성과 신뢰의 규범이다. '사회적 인프라'는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발달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짓는 물리적 환경으로서 단순한 어떤 시설이 아니라, 그 속에서 형성되는 '관계'와 '연결'을 지향한다. 즉, 소통을 저해하는 물리적 환경은 제거하고 이웃들끼리 만나고 서로 협력하기를 촉진하는 '열린 도시'의 사회적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담장을 허물면 우리 모두 이웃이 됩니다.' 대구시가 1996년 시작한 담장 허물기 운동은 폐쇄적인 도시 분위기를 바꾸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대표적인 '열린 도시' 정책이다. 이제는 불신과 편견의 담장도 허물고,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오늘날 공동체를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그의 저서 '모든 이들을 위한 궁전'에서 불평등과 고립을 넘어서는 연결망의 힘을 강조하면서 지역사회와 세대 소통의 장소로서 동네 도서관의 역할과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모든 이들을 위한 궁전'은 앤드루 카네기의 후원으로 전 세계에 세운 약 2천800개 도서관들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지역작가 초청 강연회' '지역 선배가 후배에게 권하는 한 권의 책', 9월 독서의 달을 맞은 대구 수성구 용학도서관의 책으로 마음을 잇는 행사들이다. 모든 동네 도서관이 도시의 빗장을 열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궁전'이 되길 바란다.

지역과 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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