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대형 산불을 일으키는 지구 온난화

  •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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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7  |  수정 2023-09-07 07:02  |  발행일 2023-09-07 제22면
최근 기후변화 적응 못해

세계곳곳서 대형산불 발생

대구 기초단체 설문조사에

70%가 온난화 못느껴 응답

한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

[더 나은 세상] 대형 산불을 일으키는 지구 온난화
정재학 영남대 교수

매년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UN 산하의 IPCC로부터 보고되고 있다. 그 자연재해 중 하나로 알려진 대형산불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2015년 인도네시아에서 261만㏊(1㏊=3천25평)를 태운 산불로 50만명 이상이 급성 호흡기 질환에 걸려 이 중 약 10만명이 조기 사망했다는 미국 하버드 대학의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2019년 6월의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에 발생한 대형산불은 2020년 2월에야 진화되었고 이 불로 호주 전체 산림면적의 약 14%가 불에 타 재가 되었다. 2020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대형산불이 일어나 LA의 시내 주택지역까지 번졌고 이어 2022년 7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대형산불로 국립공원은 폐쇄되었다.

올해 들어 5월에 캐나다 서부지역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해 하루 사이에 그리스의 국토넓이만큼 번졌고 9월 현재까지 진화되지 않고 북부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에서는 2021년에 유례없는 큰 산불이 일어났으나 지난 7월 또다시 대형산불이 발생하여 11일 만에 8만㏊를 태워 그 피해 규모를 갱신하는 악몽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또 지난 8월 발생한 하와이 마우이섬의 대형산불로 수백 명의 사망자와 1천명 이상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산불 발생에는 '30-30-30'의 법칙이 있다. 기온 30℃ 이상, 풍속 시속 30㎞ 이상, 습도 30% 이하가 되면 조그마한 불씨도 큰 산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폭염을 증가시키고, 대류현상을 활발하게 하여 번개도 자주 발생하게 한다. 미국 국가기후평가(NCA) 보고서에서는 번개에 의한 산불이 2060년까지 최소 30%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50년까지 대형산불은 지금의 약 2배 정도 발생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2015년 발생한 인도네시아 산불은 약 1.6~1.8GT(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데 이는 그해의 인도네시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70%에 달하는 수치이고, 2020년 캘리포니아의 대형산불은 1억2천70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데 이것은 2003년부터 2019년까지의 미국 정부가 노력해 줄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배 수준이었다고 한다. 17년간의 미국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지구 온도 상승은 수분 증발을 일으키고 대형산불의 원인이 되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증가시키고 다시 기온상승의 악순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대형산불은 현재 대부분 일정한 기후를 갖고 있던 해양성 기후 지역에서 발생하였다. 미국과 캐나다의 서부, 오스트레일리아, 하와이, 인도네시아 지역의 삼림은 미국 동부나 우리나라 같은 변화가 심한 대륙성 기후 지역에 비해 지구온난화의 충격을 크게 받아 최근의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큰 산불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산불로 이재민이 되었던 하와이의 한 주민이 뉴스 방송에서 울먹이는 장면을 보았다. 관광객들은 여름을 즐기려고 바다에 뛰어들었지만, 자신들은 살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어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는 이들이 야속하다고 했다.

최근 대구의 어느 구에서 구민을 대상으로 지구온난화를 느끼고 있느냐는 질문을 하였는데 응답자의 70%가 못 느낀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복 받음을 노래하기 전에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도 대형산불의 재앙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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