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고음악 산책'으로의 초대

  • 박철하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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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7  |  수정 2023-09-07 07:26  |  발행일 2023-09-07 제14면

[문화산책] 고음악 산책으로의 초대
박철하 (작곡가)

'아리갓단 고음악 산책'을 다녀왔다. 대구미술관 옆 대덕마을 산기슭에 '공간울림'이 있다. 이 연주공간에 쳄발로가 새로 들어왔고 그것을 자축이라도 하듯 '아리갓단 고음악 앙상블'의 연주회가 열렸다. '이런 생소한 고음악 연주회에 얼마나 많은 관람객이 올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공간울림으로 향했다. 기우였다. 크지 않은 공연장이지만, 모든 좌석과 뒷자리까지 관객으로 가득 찼다. 연주회는 새로 들어온 쳄발로와 함께, 두 대의 바로크 바이올린, 바로크 첼로 그리고 고음악 전문 성악가의 연주로 이루어졌다.

바로크 현악기는 자연소재인 거트현을 사용해 조금은 거칠지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소리가 난다. 조금 느슨하게 휘어진 활을 사용해 그 타이밍과 강약의 표현이 독특하다. 그러한 독특함은 성악가의 목소리에서도 느낄 수 있다. 비브라토를 자제한 깨끗한 소리, 정교하게 다듬어진 한 음, 한 음이 감동적으로 와닿았다. 쳄발로는 예민한 리듬감과 뛰어난 음악 해석력을 요구하는 악기인데, 대구에서 전문 쳄발로 연주자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서 반가웠다.

연주를 마치자 관객들이 환호했다. 기대치 않던 선물을 받은 듯 기뻐했다. 다울런드의 음악으로부터 르클레어의 음악까지 '아리갓단 고음악 앙상블'이 연주한 모든 음악에 크게 호응했다. '생소한 음악'을 염려하던 내 마음도 활짝 열렸고, 그 시간을 질적으로 누렸다.

독일 유학 시절 고음악에도 관심이 있어 고음악 전공수업을 청해서 들었다. 르네상스 이론과 대위법 수업을 담당한 코르데스 교수는 고음악 전문단체인 'Weser-Renaissance 앙상블'의 음악감독이면서 음악대학의 학장이었다. 내게 자신의 수업을 돕는 강의조교 역할도 부탁하셨고, 후에 DAAD장학생으로 추천도 하셨다.

그러한 인연이 있기도 해서 고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이번 공연이 반갑기만 했다. 나는 고음악을 좋아하면서도 관객이 모두 함께 환호하며 즐기는 고음악 연주회를 기대하지 못했다. 작은 공방에서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만든 수공예품을 만난 듯한 기쁨을 함께 누렸다. 아! 우리도 고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되었구나, 속으로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공간울림이 주관하고 KBS대구클래식FM이 함께한 '아리갓단 고음악 산책'은 총 3회로 구성된 시리즈 공연이다. 10·11월에도 공연이 이어진다고 하니, 음악과 문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혼자 누리기에 아까운 이 '선물'을 받아 가시길 바란다. 박철하<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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