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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새마을문고중앙회 대구 서구지부 회장> |
아침 출근길에 분리배출할 쓰레기를 들고 나갔다. 경비 아저씨들의 분주한 손길에 시선이 멈췄다. 박스를 납작하게 접고, 페트병의 라벨도 떼어내고, 음식물 찌꺼기가 남은 플라스틱 용기 속을 물로 헹구기까지 했다. 환경오염에 대해 책임을 느끼면서도 나의 사소한 실천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 항상 의심을 가지게 된다.
'지구 끝의 온실'에서는 인류가 만들어낸 재앙 '더스트'로 인해 멸망을 맞게 된 지구와 타인을 짓밟으면서 생존한 이들이 돔 안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 때, 돔 밖에서는 식물의 능력을 빌려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 등장한다. 눈부신 과학기술을 가진 이들은 눈앞의 생존만을 좇을 뿐이다. 식물의 힘을 믿는 이들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주류에서 밀려났지만 선의를 결코 잃지 않은 사람들과 공생의 힘을 가진 식물이 보여주는 푸른빛의 잔상은 오래도록 다정하게 남았다.
이 책을 읽고 아쉬움이 짙었을 때 기후변화에 대한 다큐 프로를 보게 되었다.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지구를 조금 더 생각해야 함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재활용 분리배출, 텀블러 사용하기, 불필요한 전기 사용 줄이기, 음식은 먹을 만큼만 담기 등 조금이라도 마음의 무게를 줄이려 애를 쓰고 있지만 마음의 무게는 결코 가벼워지지 않았다.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라는 작가의 말에 인류는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역사만을 써왔을지.
사소해 보이는 점들이 언젠가는 변곡선이 되듯이, 끝나지 않는 재난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과학기술이 아닌 생활 속의 사소한 실천이다. 그날 경비 아저씨의 노고를 보면서 평소 분리배출을 번거롭게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편법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기후 위기에 대한 작은 실천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준 책이었다.
김성희 <새마을문고중앙회 대구 서구지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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