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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진스마음클리닉 원장·정신과 전문의> |
최근 묻지마 폭력(범죄)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원인 분석과 대책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그냥 둘 수는 없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마지막에 있는 공통 과정의 핵심은 나와 타인의 완벽한 구분이고 상대를 적대화하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대방을 무작정 비난하거나, 적폐로 몰거나, 범죄자 혹은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마음속에 일어나는 공통된 부분일 것이다.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소외, 억울, 분노 등이 올라오면서 나를 이렇게 만든 사회전체를 가해자로 보고 그들에게 복수 혹은 응징하는 것은 정당하게 되는 것이다.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면 일반시민은 자신을 보호하고자 낯선 사람을 경계한다. 그리고 점점 시스템 내의 소통과정과 사회적 연대감도 줄고 같은 사회의 일원이라는 소속감도 낮아진다. 또 사회 다른 일원에 대한 존중감, 연민 등도 줄어들고 각자도생이라는 처절한 정글법칙만 남아서 사회적 긴장감이 올라갈 것이다. 이것 또한 저출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결국 사회적 손실이 엄청난 것이다.
사회적 생존이 어려운 사람이 극단으로 가면 은둔형, 자해형(자살), 분노폭발형(묻지마 범죄) 등으로 진행될 수 있고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격리하는 것만으로는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예방하는 것이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고 비용도 적게 든다. 마치 정기건강검진처럼. 그 시작은 학교 현장이다. 아동이 문제행동을 하면 전학을 보내고, 나중에는 퇴학처리돼 외면되고 고립된다. 그러한 아동은 혼자 성장(?)해 극단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그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다면 반드시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와 사회는 더 힘들게 될 것이다. 하나의 대책이 모든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필요하다. 학교생활 중 자기감정 조절, 올바른 의사 표현 방법, 상대방 존중, 건강한 관계 유지, 사회와 조화되는 방법 찾기 등 심리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그룹 치료'가 필요하다. 지금 현실적으로는 각 개인의 문제로 보아 개인상담, 병원 연계치료 등을 시행한다. 1대 1 상담에서는 별문제 없어 보이는 경우까지 호전되지만 막상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1대 1 심리치료 자체 문제라기보다는 기본 원리상 다른 영역인 것이다. 이러한 아동들은 1대 1 심리치료와 그룹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심리사회극 등 다양한 심리기법을 활용한 그룹치료를 통해 자율성을 회복하고 사회 일원으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며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고 연대하며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오랜 시간 아동 정신건강 업무를 해온 입장에서 현재 이 부분이 가장 부족하다고 느낀다. 이 부분이 발달하지 못한 것은 솔직히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고 지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이 영역의 전문가를 양성해야 하고 그러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오늘 우유를 마신다고 내일 바로 키가 크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마치 가정에서는 엄마·아빠가 매일 아이들 돌보고 사랑하는 일과 비슷하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힘들지 짐작 갈 것이다. 솔직히 심리적 3D 직업이다. 그럼 이 역할을 할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일 것인가. 물론 정부에서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을 안다. 그래도 이 부분에 대한 더 강력한 추진이 필요하다. 진실로 시급하다.박용진<진스마음클리닉 원장·정신과 전문의>

박용진 진스마음클리닉 원장·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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