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늘어나는 노인 인구, 뒤처진 노인 안전

  • 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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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13 11:07  |  수정 2023-09-13 11:41  |  발행일 2023-10-17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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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희망적 추세를 더욱 견인하기 위해서는 보행자 교통사고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보행 중 사망자 수가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5%로 OECD 회원국(평균 18%) 중에서 가장 높고 이를 인구 10만 명당으로 비교해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2.1명으로 회원국 평균 0.8명에 비해 약 2.5배 많다.

특히, 이러한 보행 중 사망자 수의 약 58%가 65세 이상 고령자인 점에 주목해야 하며, 고령 인구 10만 명당으로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7.7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1.9명에 비해서는 무려 4.1배가 많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는 여타 선진국에 비해 길을 걷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비중이 크고, 걷다가 사망한 사람들 중에서 노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 비율이 17.5%인데 앞으로도 예상되는 급격한 고령화 추세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으며 이는 지금부터라도 역점을 두어야 할 우리나라 안전 정책의 중요한 줄기가 어디를 가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보행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범정부적 노력은 최근의 일이다.

도시부 도로에서 제한속도를 50km/h 내지 30km/h로 강화하고 중앙선이 없으면서 보도가 없는 도로나 보행자우선도로와 같은 장소에서는 자동차보다 보행자 통행이 우선되도록 한 도로교통법의 개정은 가히 보행자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획기적 정책이라 할 것이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 중에서도 이와 비견될 정도로 보행자를 위한 안전 정책이 있다. 일반인에 비하여 취약한 연령층인 어린이와 노인을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어린이·노인보호구역 제도가 그것이다.

어린이보호구역은 1995년 도로교통법이 개정되고 2003년부터 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 제도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노인보호구역은 그렇지 않다.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이렇다 할 성과마저 현재로선 기대하기 힘들다. 어린이 10만 명당 보행 중 사망자 수가 0.3명인데 노인은 6.2명으로 20배 이상 많다. 그리고 인구는 노인이 어린이보다 약 1.8배 많은데 전국적으로 지정된 보호구역 수는 어린이가 1만 6천여 개소인 데 비하여 노인은 약 3천2백 개소에 불과하다. 노인 안전이 그만큼 뒤처져 있다는 방증이며 노인 안전을 지키는 노인보호구역이 되도록 제도적 보완과 시설 확충을 서둘러야 될 이유이다.

전통시장에 가보면 노인들이 많다. 법에서 정한 시설이 아니라도 노인들이 많이 통행하는 장소가 있다. 최근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하여 노인보호구역에 전통시장 등 노인들이 많이 다니는 특정 장소를 넣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고 노인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 특히, 지방 지역의 노인 인구 비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제는 도시나 지방을 가리지 말고 노인을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정책을 발굴하고 예산 투입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노인들이 편안히 걷고, 쉬어가는 안전한 길거리라면 누구라도 다닐 수 있다.

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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