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 보스톤', 손기정·서윤복이 쓴 역사를 스크린에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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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14 07:46  |  수정 2023-09-14 07:44  |  발행일 2023-09-14 제18면
태극마크 달고 뛴 첫 마라토너 실화
강제규 감독…임시완·하정우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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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47 보스톤'은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첫 출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되돌아보면 우리 역사에는 치욕적인 시절이 있었다. 이 땅의 자랑스러운 청년이 올림픽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해놓고도 정작 가슴에는 대한민국의 국기가 아닌 일장기를 달고 뛰어야 했던 것이다. 1936년 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손기정이 그러했다. 영화 '1947 보스톤'은 암울한 시대를 겪은 그 시절 마라토너들이 최초로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뛰기까지 감동실화를 다뤘다. 임시완, 하정우, 김상호 배우와 강제규 감독이 작품을 만들기까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작을 알린 영화 '쉬리', 전쟁영화의 교과서로 불리는 '태극기 휘날리며' 등 만드는 작품마다 화제를 모은 강제규 감독이 이번에는 마라톤 영화를 내놓았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았던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한 실화 이야기다.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노력했던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렸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손기정은 2시간29분19초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마라톤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나라를 잃은 일제 강점기 식민지의 국민은 일본인 '손 키테이'의 이름으로 시상대에 올라야 했다.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시상대에서 손기정은 수치심에 우승기념 화분으로 자신의 가슴에 있는 일장기를 슬쩍 가린다. 이 일로 기정은 일제의 탄압을 받게 되고, 마라톤 선수로서의 자격마저 박탈당해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처지가 된다.

1945년 광복이 되고, 세상은 재건의 기운으로 들썩인다. '제2의 손기정'으로 촉망받는 서윤복 앞에 손기정이 나타나고, 밑도 끝도 없이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나가자는 제안을 건넨다. 일본에 귀속된 베를린 올림픽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기고 달려 보자는 것. 기정과 윤복은 험난한 여정 끝에 보스톤 대회에 출전하지만 충격적이게도 유니폼에 새겨진 국적은 그토록 갈망하던 대한민국이 아닌데….

영화 '1947 보스톤'은 천만관객의 신화를 쓴 강제규 감독, 여기에 두터운 팬덤을 가진 임시완·하정우·배성우·김상호 등 실력파 연기자들이 힘을 합쳤다. '군도:민란의 시대' '공작' 등을 통해 시대상을 스타일리시하게 담아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최찬민 촬영 감독과 '히말라야' '검사외전' 등의 작품에 참여한 박일현 미술감독이 가세해 1947년 서울과 보스톤을 배경으로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만들었다.

영화는 주인공을 가로막는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어쩌면 식민치하를 겪은 국민에게 가장 큰 허들이자 빌런은 강대국들의 압력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어두운 시대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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