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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경 정경부장 |
김만배-신학림 대장동 허위 인터뷰와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으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과학자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주지 않는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도 진행형이다. 정치·경제 현안은 초반 '분위기' '심리'에서 기선제압을 못 하면 승산이 없다. 앞다퉈 '가짜뉴스'가 판치는 이유다. 기저엔 보수-진보 첨예한 진영논리가 뿌리 깊게 똬리를 틀고 있다.
허위 인터뷰와 관련해선 당시 섣불리 보도했던 일부 방송사들이 뒤늦게 꼬리를 내렸지만 또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 진영 수호를 위해 곳곳에 설치되고 있는 가짜뉴스 공작소는 일종의 지뢰밭이다.
이런 양상이라면 앞으로 억울한 사람이 무수히 등장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유시민 작가는 저서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진보는 당위를 추구하고, 보수는 존재를 추종한다고 했다. 또 진보는 아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싸운다고도 했다. 진보의 경쟁력도 언급했다. 이상을 향한 열정과 논리가 그것이다. 반면 보수는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불가피한 자연적 현실로 간주하고 그것을 지키려는 것으로 정의했다. 경험·실증주의적 사고가 그 중심에 있다는 말도 곁들였다. 쉽고 명쾌한 개념 정리다.
현실은 따로 논다. 국민이 늘 마주하는 것은 '극혐'뿐이다. 자기편 옹호 일색이고 정치적 궤변만 늘어놓는다. 소통과 협력을 허용치 않는 진영 놀음은 민주주의를 무참히 짓밟고 있다.
언론 등 막후 지원세력은 더 밉상이다. 같은 언론인로서 자괴감을 느낀다. 극우 보수신문을 견제하겠다던 '진보 매체'들은 그냥 '친민주당 매체'로 전락했다. 괴물을 잡기 위해 자신들도 기꺼이 괴물이 됐기 때문이다. 균형적 시각을 가지려는 노력은 내동댕이친 지 오래다. 그냥 '싸움꾼' '전사'다. '솔루션 저널리즘'이라고 쓰고, 실제는 상대 진영 인사를 직접 단죄하려 혈안이다. 보수매체는 정치보복 연결고리를 이어가려는 듯한 보수 정권을 철통 엄호하기 바쁘다. 정치 유튜버들은 각 진영 대표선수로 뛰며 분열 간극을 확대시킨다.
대중에 영향력이 큰 일부 연예인들도 신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대립구도를 심화시킨다.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면 '의식 있는 인사'로 인식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근대 이후 격변기를 거치며 짧은 시간 고착화된 보수-진보 진영논리는 이제 사용 유효기간이 다한 듯하다. 선한 의지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대한민국을 통째 리셋(reset)해야 한다. '지방분권' '지방자치' 등 지역의 가치가 최우선시돼야 흉악무도한 정치구도를 깨뜨릴 수 있다.
지방자치 개념은 정책 입안자들의 머릿속과 서류상에만 존재한다. 선거 때나 지자체 대상 정부행사 때만 반짝 등장하곤 사라진다. 찾는 이 없는 쓸쓸한 산장의 여인 취급을 받고 있다. 고단하겠지만 이제 수도권 뒷바라지 기능에 이별을 고하고, '지방시대'라는 큰 배를 띄워야 한다. 신줏단지처럼 수도권에 고이 모셔놓은 대기업 본사와 데이터센터, 대학,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작은 출발점이다. 과밀한 수도권의 국회의원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일단 '분산' 작업이 먼저다. 이후 큰 배가 온전히 뜰 수 있도록 수심을 깊이 파자. 분열사회를 다시 하나 되게 하는 길이다.최수경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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