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중국요리의 세계사…일제시대 경성 중국집0은 반식민활동 본거지

  • 임훈
  • |
  • 입력 2023-10-13 08:06  |  수정 2023-10-13 08:04  |  발행일 2023-10-13 제17면
세계사 관통하는 중국요리의 궤적
화인사회 부침 통한 근현대사 탐구
식민지 문화와 음식 색다르게 조망

1248671632
'중국요리의 세계사'는 세계사적 관점에서 중국요리를 논하는데, 이 책에 따르면 중국요리는 세계 각국의 식문화를 바꿔놓았다. 중국요리 세트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2023101201000322800013661
이와마 가즈히로 지음/최연희·정이찬 옮김/따비/816쪽/4만8천원

이 책은 세계사적 관점에서 중국요리를 논한다. 전 세계의 다양한 요리에 중국요리가 끼친 영향, 격변의 근현대사 속에서 중국요리와 화인(華人, 해외로 이주한 중국계 외국인) 사회가 각국의 정치·경제·문화와 얽힌 궤적을 좇아가며, "중국요리는 왜 이렇게까지 전 세계로 퍼져나갔을까" "중국요리는 세계 각국의 식문화를 어떻게 바꿔놓았을까"를 묻는다.

저자는 방대한 사료들을 통해 미국의 촙수이, 한국의 짜장면과 짬뽕, 태국의 팟타이, 일본의 라멘 등 다양한 단계와 방식으로 전 세계에서 현지화한 중국요리들이 중국 본토의 요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꼼꼼하게 그 길을 따라가 본다. 더불어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차이나타운으로 대표되는 화인 사회가 각국의 다양한 계층, 집단과 극단적으로 충동하기도 하면서 부침을 거듭해온 근현대사의 면면을 살펴보는 동시에, 다양한 인종과 사회, 음식과 문화가 섞여 들어가는 전 세계 곳곳의 '인종의 용광로'를 돌아보게 해 준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중국요리의 형성-미식의 정치사'에서 중국요리의 형성과 타이완 요리의 탄생을 살펴본다. 2부 '아시아 여러 나라의 내셔널리즘과 중국요리'와 3부 '서양의 인종주의와 아시아인의 중국요리'에서는 중국의 요리가 아시아와 서양으로 전해져 세계 각국의 국민요리·국민음식의 일부로 자리 잡는 과정을 보여준다. 4부 '세계사 속 일본의 중국요리'에서는 중국요리의 세계사 속에 일본의 중국요리를 놓고 그 독특함을 부각해 설명한다. 또한, 이 책의 말미에는 '보론-호떡의 사회사'가 실려 있는데 호떡 관련 내용을 한반도 화교사 연구자인 이정희 교수(인천대 중국학술원)가 '사회사'에 중점을 두고 보충해 주었다.

이 책의 서장에서도 설명하지만, 국민요리의 형성과정을 살펴볼 때 제국과 식민지의 식문화는 불가분의 관계다. 따라서 독자들은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서구 열강 및 일본의 제국주의, 그리고 동아시아의 많은 식민지 문화를 전 세계의 중국요리와 화인 사회를 살펴보는 이 책을 통해 색다르게 조망해 볼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와 대만, 만주의 경우를 비교하면서 요리의 발전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일본 제국의 식민지 요리였던 '타이완 요리' '조선 요리' '만주 요리'는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제각각 다른 길을 걸었다. 타이완 현지의 식자층은 1930년대 말부터 향토 요리를 '타이완 요리'라고 불렀지만, 1960년대에는 지역 서민 요리를 '타이차이'라 칭하며 내놓는 가게가 늘었다. '조선 요리'는 민족문화로서 발전하고 선전되었지만, 한국전쟁 후 남북 분단에 의해 '한국 요리'와 '조선 요리'라는 구분이 생겨났다."(205~206쪽)

우리나라와 관련된 중국요리 관련 일화에 특히 눈길이 간다. 식민지 시대 경성과 인천에서는 대형 중국요리점이 번성했으며 이들 가게가 조선 민족운동가나 반(反)식민지 활동의 거점이 되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나아가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중국요리가 화인에게서 한국인의 손에 넘어가면서 짬뽕이 매워지고 짜장면이 검어짐과 동시에 단맛이 강해지는 등 중국요리의 한국화가 이뤄진 사실 등도 다루고 있다. 저자 이와마 가즈히로는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문학부 교수로 동아시아 근현대사, 식문화 교류사, 중국 도시사를 주요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임훈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