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서 '당근칼' 퇴출 움직임…대구교육청, 370개 학교에 공문 발송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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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09 16:11  |  수정 2023-11-09 16:17  |  발행일 2023-11-10 제6면
초·중교 370곳에 당근칼 구매·소지 방지 공문 발송
생명경시 사상 우려돼, 학부모들 환영
당근칼
지난 28일 대구 북구 읍내동의 한 문구점에서 초등학생들이 당근칼을 구경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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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교육청의 장난감 당근칼 구매 및 소지 방지 관련 협조 요청 공문에 따라 대구 달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가정에 보낸 알림문. 독자 제공.
최근 초·중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생명 경시 풍조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산 장난감 '당근칼'(2023년 10월 30일자 5면 보도 ▶관련기사 바로가기)이 대구 교육 현장에서 퇴출 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 내에서도 위협적인 놀이문화가 성행함에 따라 지역 교육계가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9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370개 초·중학교에 '장난감 당근칼 구매 및 소지 방지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당근칼이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문에는 '학생들이 당근칼을 갖고 등교해 위협적인 놀이를 하는 사례가 늘었다. 자칫 생명 경시 사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학부모들의 관심과 지도를 부탁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한 달새 SNS 등을 통해 중국에서 유입된 당근칼은 현재 초·중학생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튜브나 틱톡에선 당근칼 관련 게시물이 넘쳐난다. '당근칼 기술' '당근칼 돌리는 법' 등 다수의 영상이 조회 수 10만건을 가뿐히 넘길 정도다.

김모(10)군은 "당근칼을 펼 때마다 나는 '딸깍' 소리가 중독적이다. 당근칼이 없으면 친구들이 같이 놀아주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당근칼 유행으로 교내 위협적인 놀이문화가 형성되면서 교육 현장의 우려가 커지는 실정이다. 칼 형태의 장난감이다 보니 학생 간 찌르기, 목 겨누기, 인질 놀이 등이 성행하고 있어서다. 사회적으로 흉기로 인한 사건·사고가 잦은 상황에 칼부림 모방 놀이문화가 형성되면서 학부모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이번 공문의 성격은 지도 협조 요청 수준으로 '교내 반입 금지' 등의 강제성은 없다. 현재까지 교육청에 당근칼 관련 불편 민원 및 사례는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당근칼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어 실질적인 억제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최모(42·수성구)씨는 "흉기에 대한 경계감이 장난감 칼로 인해 무뎌질까 우려스러웠다"며 "교육청의 선제적 조치를 환영한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당근칼을 갖고 다니면서 장난을 치거나 놀이 문화가 형성되지 않도록 예방해 줄 것을 일선 학교에 요청했다"며 "교내에서 학생의 당근칼 소지에 대해 유의해서 살펴봐 달라는 취지"라고 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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