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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브룩스테라퓨틱스 김성영 대표와 직원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제공> |
창업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쓰리브룩스테라퓨틱스<주>는 학계에서 '될성부른 떡잎'으로 통한다. 막 단백질(외부 환경과 세포 간의 물질교환 또는 신호교환 담당) 신약 개발에 필수요건인 전기생리학과 구조생물학의 기술적 장점을 모두 갖춰서다. 지난해 12월 창업 후 R&D 자금 20억원을 확보했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딥테크 팁스(TIPS)'에 최종 선정돼 기술개발 자금 15억원을 얻었다. 딥테크 팁스는 글로벌 진출 가능성 등에 대한 시장 검증을 토대로 까다롭게 평가·선정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자들로부터 엔젤 투자를 받고 포스텍홀딩스(포항공대 기술지주)에 시드 투자도 받았다. 이 같은 성과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위축된 바이오 벤처 관련 투자업계에선 다소 의외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 금액은 1조1천58억원으로, 2021년(1조6천770억원)에 비해 33.7%나 감소했다. 쓰리브룩스테라퓨틱스는 확보된 자금을 재원으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연구개발에 집중, 난치의 영역인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 신약 개발 실무 경험과 사내 벤처 운영 노하우
"바이오엔테크, 모더나 등 바이오 벤처업체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초창기 벤처 투자였어요. 이 기업들은 초기에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메신저 리보핵산(mRNA) 관련 연구 개발을 해왔거든요. 투자를 받지 못했다면 R&D를 꾸준히 이어나갈 수 없었을 겁니다."
지난 9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내 쓰리브룩스테라퓨틱스 사무실에서 김성영 대표를 만났다. 바이오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김 대표는 "지속적인 자금 확충이 이뤄져야 집중력 있는 R&D가 가능하고 거대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단기간에 시드 투자를 받은 건 김 대표의 경험 덕분이다. 그는 경북대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대에서 의과학 박사 학위를 획득한 뒤 의학계가 아닌 산업계로 뛰어들었다. 2013년 대웅제약연구소에 입사해 7년간 실무자로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경험했다. 이후 사내 벤처를 설립,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구소장을 지냈다. 이때 시리즈A(초기 단계 투자·140억원)에 이어 시리즈B 투자(초기 단계를 넘어선 다음 단계 투자·260억원)를 유치, R&D 자금 400억원을 확보했다.
이후 치매와 파킨슨병 등 난치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쓰리브룩스테라퓨틱스를 설립하고 포항에 둥지를 텄다. 김 대표는 "처음엔 서울이나 경기 남부권 등 수도권에서 창업하려 했는데 인프라 환경이 잘된 곳이 포항이었다. 막단백질 구조를 연구하기 위한 고성능 장비들도 갖춰져 있고 포항가속기연구소와 협력하기도 용이했다. 결국 최적의 입지 조건이 갖춰져 수도권이 아닌 포항을 최종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인재를 구하기엔 수도권이 낫지 않냐"고 묻자, 그는 "'왜 지방에서 창업하느냐'는 말을 들으니 오기가 생겼다. 포항에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가 잘 구비돼 있는데, 굳이 수도권에서 창업할 이유가 없다. 혜택을 얻기 위해 지방에 주소만 두고 수도권에서 실질적 업무를 하는 기업이 아닌 지역을 대표하는 신약 개발기업이 되겠다"고 했다.
◆ 치료부터 예방까지…토털 뇌질환 솔루션업체로
쓰리브룩스테라퓨틱스의 비전은 뇌질환 치료제뿐 아니라 예방 효과가 있는 건강기능식품까지 아우른다. 종합적인 뇌 건강 회사가 되는 것. 그는 "급속한 고령화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퇴행성 뇌질환 환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퇴행성 뇌질환은 치료제 개발도 중요하지만 예방도 중요하다. 치료제 개발이 장기 프로젝트인 것을 감안할 때 '캐시카우'로 건강기능식품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국내 파킨슨병 진료 환자는 13만1천500명이다. 2016년(9만6천700명)에 비해 36%(3만4천800명) 늘었다. 중앙치매센터 자료를 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치매 환자 수는 94만명으로, 2017년(71만명)과 비교해 32.4%(23만명) 늘었다. 2050년에는 치매 환자 수가 3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기준 10.4%인 치매 유병률도 2050년엔 16.6%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이 고비다. 임상 전 R&D, 임상실험, 유효성 입증, 상업화 단계를 거쳐 신약 판매까지 드는 시간은 10~15년이다. 도중 R&D 자금이 끊기면 신약 개발에 실패하고 막대한 채무도 떠안게 된다. 국내 제약사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상황이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나타낸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에 성공한 치료제는 셀트리온의 '렉키로나'가 유일하다. 그마저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후속 개발이 전면 중단됐다.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 중인 제넨셀, 샤페론, 현대바이오 등은 임상 2상 완료 후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3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쓰리브룩스테라퓨틱스는 2029~2030년 코스닥 상장을 계획 중이다.
김 대표는 "연구개발에만 주력하면 실패 시 뒷감당을 못 한다. 미국의 거대 제약사를 벤치마킹해 기술 수출을 하면서 성장할 전략"이라며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과 건강기능식품 개발로 매출을 늘리면 직접 생산까지 가능한 제약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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