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자퇴 후 수능에 몰두할래요"…학교 대신 학원서 대입 준비 늘어

  • 김태강,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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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4 18:12  |  수정 2023-11-15 08:57  |  발행일 2023-11-15
검정고시 수험생 비율 6년간 꾸준히 증가

대면 수업 전환, 정시 비율 확대 등 원인 지목

공교육 및 입시제도 개선 필요하단 의견도
고교 자퇴 후 수능에 몰두할래요…학교 대신 학원서 대입 준비 늘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사흘 앞둔 13일 오후 수능 문답지가 대구수능상황본부에 도착하자 관계자들이 옮기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고등학교 교육은 입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자퇴를 결심했어요."

14일 오전 대구 중구의 한 입시학원 앞에서 만난 이모(17)군은 지난달 다니던 고교를 자퇴하고 입시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학교 수업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군은 "학원에 나처럼 자퇴 후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가 많다"며 "아직까지 후회는 없다. 이 생활이 더 행복한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고교 1학년을 마치고 자퇴한 박모(18)군도 "고교 재학 당시 수행평가 등 입시 외적으로 해야 할 것이 많아 자퇴를 결심했다. 학원에 다니며 정시만 준비하는 것이 입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교 자퇴 후 수능에 몰두할래요…학교 대신 학원서 대입 준비 늘어
고교 자퇴 후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확대 등으로 정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공교육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4년간 고등학교 자퇴생 현황에 따르면, 전국의 고교 자퇴생은 2020년 1만5천163명에서 지난해 2만3천440명으로 54.6%(8천277명) 증가했다. 대구지역 고교 자퇴생도 같은 기간 698명에서 1천73명으로 53.7%(375명)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수업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대입 정시 비율 확대에 따라 자퇴 후 수능을 준비하려는 학생들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대구의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고교를 자퇴하고 입시학원을 찾는 학생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고교 1~2학년 때 내신을 잘 받지 못하거나 코로나19 이후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주로 학원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내신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려워 정시에 집중하기 위해 오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수능 응시생 중 검정고시 출신 접수자의 비율도 매년 증가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접수자 현황에 따르면, 검정고시 출신 수험생은 2018학년도 수능 당시 1만1천121명(1.9%)에서 올핸(2024학년) 1만8천200명으로 4년 새 64%(7천79명) 늘었다.

전문가들은 고교 자퇴생 증가가 교육의 파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입시 제도의 개선과 교육과정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강현석 경북대 교수(사범대학 교육학과)는 "고교 자퇴생 수가 많아지는 것은 비정상적인 행태"라며 "학생들이 왜 자퇴하는지 이유를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과정과 입시 기준이 일관되게 연계되도록 입시 제도와 공교육의 개선도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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