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50년간 묻어둔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된 세 자매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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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08 08:15  |  수정 2023-12-08 08:16  |  발행일 2023-12-08 제14면
교토에서 온 편지
<판씨네마 제공>

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는 여성이 각본을 쓰고, 연출하고, 연기한 여성영화다. 심지어 영화의 내용까지도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세 자매의 이야기를 그렸다.

신예 김민주 감독은 다큐멘터리로 기획하려고 했던 본인과 어머니, 외할머니의 사연을 극영화로 만들었다. 실제로 일본인이었던 외할머니의 이야기와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 생이별을 하고, 한국으로 건너와 지금까지 부산 영도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의 삶이 녹아있다. 감독은 자신들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 시대 가족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고향인 부산 영도를 중심으로 정착한 사람, 돌아온 사람, 떠나고 싶지만 머무는 사람, 혹은 떠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롯이 펼쳐진다.

혜진, 혜영, 혜주 세 자매는 부산 영도에서 나고 자랐다. 첫째 혜진은 가족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차마 고향을 떠날 수 없었고, 둘째 혜영은 작가를 꿈꾸며 서울의 방송국에서 일했지만 방황하다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막내 혜주는 가족을 떠나 서울에서 자유로운 삶을 개척하는 발랄한 아가씨다. 이들은 우연히 오래된 일본어 편지 꾸러미를 발견하고, 50년간 엄마가 가슴속에만 묻어왔던 비밀을 알게 된다.

영화는 거의 대부분의 장면을 부산 현지에서 촬영해 지방색을 살렸다. 또 부산이 고향인 배우 한선화, 차미경, 한채아가 주연을 맡아 그 지역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미묘한 언어와 감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스토리를 흡입력 있게 만드는 힘은 여러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다. 엄마 '화자' 역할을 맡은 배우 차미경은 단아하고 따뜻한 연기로 극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그녀는 한국과 일본, 오래된 차별의 역사를 견디며 살아온 화자의 삶을 명품 연기로 되살렸다.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 평생 동안 마음속에만 숨겨 온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한 여성의 애처로운 모습을 담담하면서도 절제된 태도로 연기했다. '혜영'을 연기한 한선화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 시대 청년의 모습과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를 지켜보는 딸의 모습을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보여주는 인상적 연기를 했다.

감독은 중앙대 영화학과를 졸업하고, 단편 '취업의 정석' '티치미' 등을 만들었다. 이번 작품으로 장편영화에 데뷔한다. 감독은 "영화감독의 꿈을 품고 영화학과에 진학하고 계속 영화 일을 해 온 과정 속에서 이 영화는 새로운 시작이라기보다 하나의 마침표 같은 영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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