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문시장 2지구의 봄

  • 김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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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18  |  수정 2024-01-10 07:11  |  발행일 2023-12-18 제26면

[취재수첩] 서문시장 2지구의 봄

최근 영화 '서울의 봄'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0·26 사건 이후 국민이 염원했던 민주화의 희망이 찾아왔던 '짧은 시간'을 일컫는다. 안타깝게도 서울의 봄은 전두환을 필두로 한 신군부 세력에 의해 끝내 막을 내렸다.

전두환은 이후 일명 '체육관 선거'를 통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당시 대통령은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한 간선제 형태였다. 권력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구성된 대의원들이 대통령을 선출해,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전두환 집권 8년간 대통령 직선제를 향한 국민의 크고 작은 열망은 끊이질 않았다. 마침내 1987년 6·29 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다.

최근에도 '직선제'를 원하는 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 바로 서문시장 2지구 상인들이다. 서문시장 2지구는 상인회와 상인들 간 갈등의 골이 깊다. 상가 지하 1층만 부담하던 배기 후드 전기요금을 전 층이 공동 부담하게 된 과정을 두고 일부 상인들은 상인회장의 '독단'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상인회장은 자신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정관상 공동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해명한다. 결국 2지구 상인회 회장이 해임되면서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상인회장과 상인들은 서로 간 법적 대응까지 준비하고 있어 당분간 갈등 해소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지구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과 감정의 골을 몇 번의 취재로만 파악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상인들 모두가 한목소리로 갈등의 원인을 상인회장 선출 방식을 꼽았다. 2지구는 상인회 정관에 따라 점포주들이 '간선제'로 회장을 선출한다.

2지구 상인 3분의 2는 점포주가 아닌 세입자다. 하지만 이들은 상인회장을 선출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시장의 상황을 더 잘 아는 상인의 의견이 외면 받고 있는 셈이다.

2지구의 상황을 '서울의 봄' 시기와 빗댈 수는 없다. 간선제와 직선제 중 어느 것이 서문시장 2지구에 맞는 옷인지에 대해서도 열띤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직선제를 요구하는 2지구 상인의 목소리는 그때만큼 간절하다. 해임된 2지구 상인회 회장도 직선제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냈지만, 아직 상인회 회장단의 의견이 다 조율되진 않은 것처럼 보였다. 과연 서문시장 2지구의 봄은 올까. 무엇이 봄인지는 겨울이 지나야 알겠지만, 봄을 기다리면서 상인들 간 더 이상의 갈등과 아픔이 없길 바란다.김태강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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