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억 칼럼] 엄습하는 탈원전 시즌 2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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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18 07:12  |  수정 2023-12-18 07:09  |  발행일 2023-12-18 제26면
野, 원전 생태계 지원
예산 전액 삭감
고준위특별법도
국회 문턱 넘지 못해
탈원전 시즌 2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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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지난달 20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전체 회의가 열렸다. 이날 민주당은 원전 생태계 지원 예산 1천820억원 전액을 삭감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지속적인 원전 가동을 위해 꼭 필요한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특별법'은 이틀 후 열린 산자중기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해 자동 폐기 우려를 낳고 있다.

'탈원전 시즌2'가 엄습하는 분위기다. 지난 정부 5년 동안 탈원전 정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원전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수많은 원전 관련 기업들은 문을 닫았다. 초우량 기업 한전은 매년 수조 원의 적자를 내는 국민 부담 공기업으로 전락했다. 값싸고 청정한 에너지(원전)를 두고 값비싼 재생에너지(태양광 등) 확대에 목을 맸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외치면서, 해외에서는 원전 수출에 나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원전 관련 국책 산업(한울 3, 4호기 건설 등)도 멈췄다. 그야말로 국내 원전 산업은 파산위기로 내몰렸지만 극적인 반전 기회를 맞는다.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으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울 3, 4호기 건설은 제기됐고, 윤 정부의 적극적인 원전 생태계 지원으로 원전 산업은 회복세로 돌아서는 듯했다. 하지만 탈원전의 깊은 굴레를 완전히 벗어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탈원전을 이념처럼 신봉했던 정부는 물러났지만, 절대 다수 의석의 의회 권력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산자중기위원들이 삭감한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 원전 수출보증, 원전기자재 선금 보증보험 지원, 소형모듈원전(SMR)기술 개발 예산은 탈원전으로 허물어진 원전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돈이다. 특히 SMR기술 개발 예산 333억원은 세계 17개국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국내 SMR 산업 육성을 위한 마중물이다. 여기에 민간 자금을 더해 2028년까지 총 3천992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국책 사업이다. SMR는 10여 개 나라가 뛰어들 만큼 미래먹거리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탈원전 미련을 놓지 못하는 야당의 몽니는 현재 진행형이다.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은 탈원전을 가로막는 큰 산이다. 특별법이 통과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24기의 원전은 순차적으로 멈춰야 한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원전에서 전기를 생산하면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로, 현재 각 원전 내 수조에 임시 보관되고 있다. 이 수조가 포화되기 전에 별도의 중장기 저장시설을 마련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이다. 한빛원전은 2030년, 한울원전은 2032년 포화상태에 이른다. 당장 원전 내 임시로 보관할 건식 저장시설을 만드는 데 7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가 특별법 통과의 마지노선이다. 현재 여야는 방폐물 용량을 설계시점으로 할 것인지, 원전 가동 기간으로 할 것인지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인선(산자중기위원) 국민의힘 의원은 "진통은 예상되지만 오는 20·28일, 내년 1월28일 열릴 예정인 임시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원전 위험성을 다룬 영화 '판도라'는 팩트(사실)가 아니라 픽션(허구)이 많다. 더이상 픽션이 국가 정책의 근간이 되거나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탈원전 폐해는 전 정권 5년 동안 충분히 경험했다. 탈원전 악몽은 한 번이면 족하다.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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