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심사평…"현실과 환상의 교직, 낯선 세계로 안내하는 시"

  • 채호기·전동균 시인, 남진우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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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2 08:21  |  수정 2024-01-02 08:27  |  발행일 2024-01-02 제21면

심사사진
지난해 12월18일 영남일보 회의실에서 열린 제7회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본심에서 심사위원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전동균·채호기 시인, 남진우 문학평론가)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일곱 권의 시집 중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끈 시집들은 황인찬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이설야 시집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박시하 시집 '8월의 빛', 김현 시집 '장송행진곡', 이혜미 시집 '흉터 쿠키'였다. 논의를 거쳐 마지막까지 대상이 된 시집은 사뭇 다른 대조적인 시 세계를 보여주는 황인찬 시집과 이설야 시집이었다.

이설야의 시는 반듯하고 견고하다. 시의 발상과 표현이 삶의 구체성에 뿌리박고 있는 그의 시들은 환경 문제, 노동자 난민 문제 같은 사회적 주제를 탐색하면서 동시에 부서진 세계에 대한 시인의 내면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공들여 쓴 만큼 개별 시편의 완성도도 높다. 그러나 시집 전체적으로 볼 때는 새롭다는 느낌이 좀 부족했다. 사회적 문제나 타인을 향한 시보다는 시인의 내면의식을 보여주는 시들에 공감이 많았다.

황인찬의 시는 붙잡을 수 없는 추상적 대상을 붙잡으려 하는 시적 노력을 보여준다. 환상이나 유령을 즐겨 등장시켜 현실의 현실성이 휘발되는 지점을 들여다보려 한다. 또한 환상과 현실의 교직을 통해 일상의 이면에 숨은 것들을 드러낸다. 문장의 어긋난 짜임, 이야기와 이야기의 어긋남에 의해 평탄하게 흐르던 문장은 깊이와 굴곡을 얻고 독자를 낯선 세계로 안내한다. 해명되지 않는 세계에 사는 존재의 기록으로 볼 수 있는 그의 시들은 유연한 상상력과 진술의 힘, 이미지와 이미지의 비약으로 시의 입체성을 획득하고 있다. 다만 '꿈, 환상, 깨어보니 삶'의 반복은 시적 장치로 볼 수도 있으나 자칫 매너리즘에 빠져 시적 긴장감을 약화시키고 시와 이야기의 경계를 무너뜨려 시를 산문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최종 대상은 아니었으나 박시하의 시도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그의 시들은 언어의 감촉과 결을 섬세하게 조율하면서 서정의 깊이를 보여줬다. 감각이 살아있고 묘사의 간결성과 선명성이 인상적이었다. 서정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감상적으로 흐르는 부분이 있어 아쉬웠다.

허심탄회한 논의 끝에 심사위원 모두의 추천과 동의를 얻은 황인찬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가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우리는 황인찬의 시가 수상을 계기로 더 넓고 새로운 시 세계를 보여주리라 기대한다.

〈본심 심사위원 채호기·전동균 시인, 남진우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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