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4·10총선, 대구 경제중흥 변곡점 돼야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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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3 06:59  |  수정 2024-01-03 07:00  |  발행일 2024-01-03 제26면
1인당 GRDP發 경제 족쇄
신산업 재편에도 한계실감
방심·세밀행정 부재도 毒
총선은 위기극복 디딤돌
경제민감형 정치인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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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경 정경부장

지난해 말 대구는 또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에서 전국 꼴찌를 했다. 1992년 이후 30년 넘게 매년 받아드는 통계치다. 신산업 업종을 재편하기 위해 갖은 몸부림을 쳤지만 여전히 '넘사벽'이다. 아직 부가가치가 있는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간재(부품)를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 때문이다. 완성품인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의료기기 산업이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 꼴찌 탈출 기간을 단축하려면 완제품을 취급하는 대기업들이 대구에 와야 한다. 알지만 쉽지가 않은 일이다.

대구 관문 중 하나인 북대구IC는 대구 도심부와 가장 가까운 나들목이다. 대구의 젖줄이자 외곽 도로인 신천대로와도 연결된다. 하지만 북대구IC의 턱밑 야산 비탈면에는 '푸른 대구 밝은 미래, 세계 속의 패션 대구'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1995~2002년 사이에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구는 섬유에서 전기차, 2차전지,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쪽으로 산업 무게중심이 옮겨와 있다. 생뚱맞다. 무관심은 아닐까.

대구는 AI로봇 글로벌혁신특구 지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대규모 국책사업인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사업을 힘들게 따왔다. 14년 만에 품은 제2국가산단은 모빌리티·로봇업종으로 특화된 산단으로 조성된다. 글로벌혁신특구는 다들 된다고 철석같이 믿었었다. 조금만 방심해도 공든 탑은 무너질 수 있다.

민선 8기가 출범한 재작년 7월 대구시와 1천8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던 이케아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안심 뉴타운에 입성하려던 이케아 대구점은 1년 5개월 만에 사실상 물 건너갔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투자여력이 떨어졌다고 한다. 대구시가 MOU 이후 진행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티링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디테일이 부족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뀌면 으레 변화를 갈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게 마련이다. 이 네 가지 유형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올해 산업행정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기를 희망한다. 아쉬움을 기대감으로 치환할 수 있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올해는 변화를 획책할 수 있는 동력인 총선이 있다. 불과 100일도 남지 않았다. 발상의 대전환이 능히 용인될 수 있다.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현안에 대한 다양한 진단과 해법이 공약형태로 쏟아질 수 있다. 상당수는 현실 정치를 불신하지만 결국 민생고, 생활 경제현안에 대한 묘수는 최종적으로 정치인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정치가 사실상 모든 영역을 지배하고 있어서다. '일자리=복지'로 인식되는 기업투자유치는 대구시 등 행정 집행부만의 몫이 아니다. 이제 지역 정치인들도 관심을 가져야 선택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여의도 문법과 언어엔 빨리 적응한다. 정부부처 및 지자체 공무원에게도 꽤 인기가 있다. 하지만 정작 지역 현안엔 둔감한 이들이 많다. 경제 여건 개선에 대한 고견을 쏟아내며 합리적인 경제솔루션을 제시하는 이들이 여의도 배지를 달아야 한다.

1인당 GRDP 꼴찌 탈출처럼 장시간을 요하는 사안에는 작은 디딤돌이라도 놔야 한다. 사고의 틀만 바꿔도 빨리 변화시킬 수 있는 현안은 차고 넘친다. 결국 표심으로 변화를 재촉할 수밖에 없다. 4·10총선이 구름이 걷히고 달빛이 새어 나오는 '운파월래(雲破月來)'의 구심점이 되길 기대한다.
최수경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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