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재미교포 신춘문예 당선자가 고국에 보내는 당부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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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1 07:00  |  수정 2024-01-11 07:00  |  발행일 2024-01-11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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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운 문화부장

영남일보 신춘문예가 2년째 '독특한 이력'의 당선자를 배출했습니다. 지난해 교도소 장기복역수가 시 부문에 당선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소설 부문에 재미교포가 당선됐습니다. 이 또한 국내 신춘문예 역사상 드문 일입니다.

당선자는 미국 뉴저지에 거주하는 교포 이수정씨입니다. 20여 년 전 미국으로 이민 와서 한인 대상의 매거진 편집자로 일했고, 50여 권의 영미서를 번역했습니다. 2년 전부터 온라인 강좌를 들으며 본격적으로 소설을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이유가 남다릅니다. 이씨는 "이국에서 고국의 언어로 글을 쓰며 늘 변방을 에둘러 걷는 느낌이었다. 고국에서 개최하는 공모전에 도전하고 있지만 작품 제출 과정부터 진입장벽이 높다. 일부는 '한국 거주자에 한함'이라고 자격 제한을 두기도 한다. 포기할까 생각하던 차에 작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장기복역수가 당선됐다는 기사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영남일보는 편견 없이 오로지 작품만 보는 신문이라는 생각에 응모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까지는 지난 1월2일자 영남일보 신년호에 기사화된 내용입니다. 당선 확정 후 수차례 그와 나눈 전화 통화와 e메일에는 재외동포 문인들의 서러움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재외동포들의 문학공모전 도전은 진입장벽부터 높습니다. 필자도 잘 몰랐던 사실입니다. 이씨는 그동안 겪은 듯 몇 가지 사례를 들려줬습니다.

"온라인 응모만 가능한 공모전에는 휴대폰 인증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내게 한국 휴대폰 번호가 있을 턱이 없다. 또 우편으로 접수하고 좋은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원고가 반송된 경우도 있었다. 수신자 이름에 '○○문학공모전 담장자 앞'이라고 썼기 때문이다. 국제 우편물에는 반드시 수신자의 개인 이름과 전화번호를 정확히 기입해야 한다는 배송회사의 설명을 맥없이 들어야만 했다. 뿐만 아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데 응모해도 될까요? 라고 물으면 '예, 가능합니다'라는 대답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한두 해 전, 어느 공모전에서 재외동포의 작품이 선정되고 그곳에 도전해 보고자 부지런히 작품을 썼다. 쓰는 동안 공모전 요강이 발표되었는데, 1년 새 '한국 거주자에 한함'이라고 응모자격이 바뀌어 있었다."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보이지 않는 벽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였습니다.

"거주지가 다르다는 것이 문학에 걸림돌이 되어야 할까. 한국 문학의 범주를 한국 '안'으로 매어두는 것이 한국 문학의 정체성을 지키는 길일까? 다른 언어권의 거주지는 오히려 한국 문학을 세계 문학으로 확장할 힘이 포진해 있는 곳이 아닐는지. 어떤 피부색을 가졌건 한글로 문학을 한다면, 그는 한국문학을 하는 사람이다. 거주지로 문학을 국한하는 것은 한국문학의 경계를 스스로 위축시키겠다는 말과 진배없다. 재외동포 문인들과 국내 문학계의 노력이 만나는 교차점에 오히려 한국문학의 새로운 발전 토대가 구축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의 덧붙임이 꽤 묵직합니다.

p.s 제7회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및 202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오는 16일 오후 4시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립니다. 미국에 있는 당선자 이수정씨도 참석합니다. 뜻깊은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백승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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