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파이밸리 프로젝트' (하)] 팹리스·파운드리 유치…시스템반도체 자생·경쟁력 동시 확보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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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2 07:44  |  수정 2024-02-25 18:14  |  발행일 2024-01-22 제6면
교육-연구-테스트베드 '3박자' 갖추고 은퇴 전문인력도 확보
도청후적지에 컨트롤타워·경산에 글로벌 파운드리 들어서면
팹리스 집적→대형 반도체산업단지 조성→규모의 경제 실현
세계 차량용 전력반도체 1위기업 독일 인피니온이 올해 DGIST 산학협력관에 국내 최초로 사물인터넷혁신센터를 개소한다. <대구시 제공>
'차세대 반도체'로 불리는 화합물(SiC, GaN, GaAs)반도체 산업육성에 각 지자체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목포대에 국내 최초로 화합물반도체센터를 개소했다. 글로벌 화합물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윈세미(Winsemi)가 참여한다. 대전시는 올해부터 국방용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파운드리 체계 구축에 나선다. 화합물반도체에 기반한 집적회로기술·극한환경에 적용 가능한 고신뢰성 패키징(포장)기술 확보를 겨냥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욜 디벨롭멘트'는 대표 화합물반도체 'GaN'시장 규모가 2027년엔 20억달러(연평균 59%)로 커질 것으로 봤다. 대구경북은 화합물 기반 시스템 반도체산업 육성프로그램 'π밸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센서기술 연계,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가동, 글로벌급 화합물 반도체 전문 파운드리 및 팹리스 (반도체 설계전문회사)유치가 핵심전략이다. 정부가 쳐놓은 반도체 남방 한계선(경기도 남부) 밑에서 경쟁력·자생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길이다.

국립 반도체 산업연구원, 반도체 스쿨, 팹리스 지주사의 건립지로 주목받는 옛 경북도청 후적지 전경. <영남일보 DB>

◆두터워진 TK 반도체 인프라

TK는 최근 특화된 반도체 인프라를 대거 갖췄다. 지난해 반도체 공동연구소·반도체 특성화대학 선정(경북대), 반도체 마이스터고(대구전자공고), 중소기업 기술사관 육성사업(영진전문대·영남이공대) 등 국비 사업 8건(1천197억원)을 따냈다. 고교부터 석·박사과정까지 단계별 반도체인력양성이 가능해졌다.

내년엔 국내 최고 수준의 반도체 팹(Fab·제조공장)인 '반도체 공동연구소'가 준공된다. 경북대는 이 연구소를 통해 반도체 공정의 전(全) 주기 교육이 진행되면 연간 1천700명의 고급인력이 배출될 것으로 본다.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이끌어 갈 핵심인 '센서'에도 대구는 강점이 있다. 대구시와 DGIST가 특화된 센서반도체 개발을 위해 국비로 건립하는 '대구형(D)-팹'이 내년에 본격 가동된다. 차량용 전력반도체 세계 1위기업인 독일의 '인피니온'은 올해 DGIST 내에 국내 최초로 IoT혁신센터를 개소한다. 대구의 센서 개발사업과 연계하기 위해서다. 첨단 반도체 분야 국가연구시설인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포항)은 화합물 반도체에 기반한 전력반도체(차량용) 분야의 테스트베드다. 구미엔 첨단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가 있다. TK가 비수도권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의 최적지임을 입증한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가 취약한 국내 반도체산업의 단점을 보완할 핵심 요충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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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룸에서 반도체 회로 밑그림 그리기 공정을 실험하는 모습. <경북대 반도체융합기술연구원 제공>
◆반도체인력 전문화·고도화 방안

TK가 화합물 기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보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반도체 전문인력양성 시스템 장착이 필수다. 특히 8인치 내외 웨이퍼(기판)를 사용하는 생산공정을 접해 본 유경험자가 절실하다. 지역에선 1980~1990년대 대기업 등에 취업한 경북대 전자계열 졸업생(은퇴자)을 주시한다. 2000년을 전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퇴임한 50~60대 출향인사(200명 정도)가 영입 0순위다.

은퇴자들이 확보될 경우 가능한 전문인력양성 시나리오는 이렇다. 먼저 이들에게 화합물 반도체 개발 및 제작 관련 '재교육'을 한다. TK가 정조준하는 자율주행차·UAM·전기차 등 모빌리티나 전력·통신·방산 분야 시스템 반도체 전문인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재교육을 통해 기존 현장경험이 있는 초기 전문인력 확보가 한층 용이해진다. 이들을 다시 '도제식 교육 프로그램'에 투입, 현장 중심형 신규 인력을 양성하게 한다. 카이스트가 경기도 동탄에서 진행하는 반도체설계교육 프로그램도 은퇴 교수와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기업체나 국책연구기관 근무 경력 및 전문성을 갖춘 출향인사를 '반도체 오픈 팹 운영 기술요원'과 '반도체 교육 전담교원'으로 채용하는 방법도 있다. 실무 중심형 인력 양성을 위해서다. 지난해 7월부터 개정된 국가첨단전략산업이 시행 중이다.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분야에선 이미 강사, 겸임·초빙교원 임용 시 자격요건 및 전임교원의 겸임·겸직 제한이 완화된 것이다. 초기 공장(팹)설립 및 운영은 특별채용된 교수요원이, 향후 대량 양산시 공장운영은 영입한 경력직원과 훈련된 학생들이 맡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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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운드리 유치 및 정치권 노력 필수

TK가 추진하려는 π밸리 프로젝트의 핵심은 대구 도심융합특구(경북도청 후적지 등)에 반도체사업 관련 종합 컨트롤타워인 '국립반도체 산업연구원(가칭)'을, 대구와 인접한 경산엔 시스템 반도체 칩을 위탁 생산할 '파운드리(최소 20만평·66만여㎡)'를 건립 또는 유치하는 것이다. 여기서 파운드리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특화된 화합물반도체 전용시설이어야 한다. 대기업 메모리반도체(소품종 대량생산)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다. 무엇보다 글로벌 역량을 갖춘 파운드리를 유치, 확실하게 무게중심을 잡아야 한다. 특히 세계 1위 화합물반도체 파운드리인 대만의 '윈세미컨덕트'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와야 한다. 경쟁력 있는 파운드리가 있어야 주변에 파운드리의 수요처인 팹리스들이 자연스레 집적된다. 팹리스 지주회사 설립도 지역에서 구상 중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정착과 경쟁력 강화 차원이다. 결국 지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구현할 수 있는 대형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분야 전문학위 취득이 가능한 설계교육센터·상용화 교육센터 등 이른바 '반도체 스쿨(캠퍼스)'이 뒤받쳐주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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π밸리 프로젝트가 하루 빨리 빛을 보려면 4·10총선 이후 재편될 지역 정치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래산업을 제대로 아는 정치인들이 화합물 반도체 연구개발 활성화 및 인프라 구축 자금 확보, 세제혜택·보조금 등 반도체 기업 유치 투자 장려책,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의 근거가 담길 '대구경북반도체클러스터 조성 특별법(가칭)' 제정 및 통과에 목청을 높여줘야 한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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