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국의 기념경관…국채보상운동기념비 '좌절의 시대' 극복 의지 담아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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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6 07:50  |  수정 2024-01-26 07:50  |  발행일 2024-01-26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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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있는 국채보상운동여성기념비. '한국의 기념경관'은 전국 641곳의 기념지를 답사해 그 조성실태를 담은 책이다. <영남일보 DB>
한국의_표지
김영대 지음/시공문화사/944쪽/4만3천원

전국 641곳 기념지 조성실태 답사
기념경관 옥석 가려내는 안목 길러
대구경북의 기념·추모공간도 소개

기념경관(記念景觀)은 '영원히 기억하자'는 뜻에서 조성된 상징물이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념비, 기념탑, 기념관, 기념공원 등이 기념경관에 속한다. 모두가 기억해야 할 사건이나 인물을 기리고 후세에 알리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저자 김영대 영남대 명예교수는 조경설계와 경관미학, 도시건축설계를 연구하고 교육한 경관건축 전문가다. 그는 기념경관은 '우리를 그때 그곳의 그 사건과 인물로 데려다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 책은 저자가 전국 641곳의 기념지를 답사해 그 조성실태를 담았다. 기념지와 관련된 사건을 논하거나 인물을 다루지 않는다. 오로지 비석이나 동상 등 기념경관 자체에 집중한다. 기념경관에 대한 개념과 인식을 논의하고 바람직한 기념경관과 부적절한 기념경관을 가려내는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책이다. 900페이지 넘는 분량이지만 생생한 현장감과 저자의 깊이 있는 관점이 더해져 지루할 틈이 없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기념경관의 이해' 편에서는 기념경관의 개념부터 현상, 형성 등 기본적인 사항을 다룬다. 기념경관의 정의와 의의, '정보이해-기억-기림-추모-승화'로 이어지는 기념화의 단계, 종류, 조건, 형식 등도 짚어본다.

2부 '근대사건·인물의 기념경관' 편에서는 1860년 동학 창건부터 1945년 8·15 광복까지 발생한 주요 사건 및 인물과 관련된 254곳의 기념지를 다룬다. 3부 '현대사건·인물의 기념경관' 편에서는 1945년 8·15 광복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주요 사건과 관련된 기념지 중에서 341곳을 살펴본다.

대구·경북에 자리한 기념경관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대구와 경주에 있는 최제우 동상을 비롯해 운강 이강년기념관, 청송 항일의병기념공원, 문경 고산자 김정호상, 대구사범 학생독립운동기념탑, 박정희 대통령 생가, 포항 전몰학도충혼탑, 2·28민주운동 기념탑, 대구지하철화재참사추모비 등 대구·경북에서 기억하고 추모하는 기념경관을 소개한다.

특히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의 기념경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다룬다. 먼저 대구콘서트하우스 앞에 설치된 국채보상운동기념비를 비롯해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자리한 국채보상운동여성기념비와 김광제·서상돈 흉상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국채보상운동기념비는 좌절된 시대 상황에서 모두 함께 작으나마 하나의 실마리를 풀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하나의 스토리텔링"이라고 덧붙인다. 국채보상운동여성기념공원에 대해서는 "점적인 기념상 요소 도입에 더해 선과 면적인 기념 주제 형상을 구현하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또 국채보상기념관의 양기탁과 베델 인형이 일반적인 마네킹 같아 아쉽다고 지적한다. 또 마네킹 중 기부하는 걸인의 모습이 흥미롭지만, 강요당한 듯 혹은 자존심 탓인 듯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전시기능은 효과적이지만 기념성이 크지 않다고 밝힌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 시대를 이어주고 우리 인물을 맺어주는 한국적 기념경관이 제대로 구현되어야 한다. 기념경관을 통해 우리 역사에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 이 책이 그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다.

한양대 건축학과와 서울대 환경대학원,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GSD)을 졸업한 저자는 영남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한국조경학회 수석부회장, 한국조경가협회 회장, 대구시 도시디자인총괄본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영남대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시대경관과 환경 미학에 관심을 가지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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