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연료보다 발열량·지속시간 40% 월등…유해물질 걱정없어"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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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30 07:38  |  수정 2024-01-30 07:36  |  발행일 2024-01-30 제13면
ENF에너지, 커피찌꺼기 재활용 '커피박 장작' 내달 출시
2012년 커피박 연탄 개발 뒤
커피박 연료 제품군 다양화
"유기물 쓰레기를 자원으로"
올 하반기엔 커피박 숯 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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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경북 고령군 성산면 용소리 ENF에너지에서 만난 남순덕 대표가 커피박 팰릿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NF에너지에서 제작한 커피박 연료는 목재 연료보다 효율이 30~40%가량 높지만 유해물질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이다. 세계 평균(152잔)의 2.7배에 달한다. 관세청이 집계한 지난해 커피 생두 수입량은 19만2천623t에 이른다. 커피 소비량이 늘면서 커피 찌꺼기(커피박)도 크게 늘었다. 국내 커피박 발생 추정량은 15만t(2020년 기준)에 달한다.

지난 25일 만난 남순덕 ENF에너지 (경북 고령군 성산면 소재) 대표는 '커피전문점에서 발생하는 커피박을 재활용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물음에서 친환경 연료제조사업을 시작했다. 2019년 기준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커피박을 배출하면 41억원의 폐기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각·매립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커피박 1t 소각 시 탄소 배출량은 338㎏다. 남 대표는 "커피를 마시는 양만큼 커피박이 나올 텐데 대부분 쓰레기로 버려지는 게 너무 아까워 연료로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남 대표는 기자에게 다음 달 출시를 앞둔 커피박 장작을 보여줬다. 선주문량이 10t에 달한다. 2012년 커피박 연탄을 개발한 뒤 13년간 커피박 연료 제품군을 다양화했다. 성능도 검증받았다. 커피박 발열량은 5천648.71㎉/㎏로 나무껍질 발열량(2천827.94㎉/㎏)의 두 배, 목재 팰릿의 발열량(4천300㎉/㎏)보다도 1.3배 높았다. 수은과 납 등 5대 중금속 등 유해성분은 거의 없다. 2019년 '커피 슬러지를 이용한 연탄 제조방법'이 특허청에 등록(영남일보 2019년 3월20일자 16면 보도)됐다. 2021년부터 고체연료 팰릿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영남일보 2022년 4월4일자 보도) 중이다.

커피박 재활용 사업을 막던 규제는 2022년 풀렸다. 환경부가 커피박을 '순환 자원'으로 인정한 것. 든든한 지원군도 생겼다. 한국환경공단이 올해부터 5년간 한국형 친환경 커피박 수출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한국형 친환경 커피박 숯도 공동개발해 올 하반기부터 보급한다. 포항테크노파크와 축분을 활용한 청정메탄올도 생산키로 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기존 목재 연료에 비해 3~4배가량 가격이 비싸서다. 첫 출시 때보다 가격을 절반 깎았지만 아직 가격 경쟁력을 갖추진 못했다. 커피박 건조비용과 커피박 수거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그는 매일 대구경북지역의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박 3~5t을 가져온다. 수거를 허용한 곳에서만 수거할 수 있다. 그는 "목재 수분량은 45~50%에 불과하지만 커피박은 60~90%에 달한다. 목재에 비해 건조비용과 수거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 목재 연료보다 발열량은 40% 이상 높고, 30~40% 더 오래 타서 경제적"이라고 했다.

남 대표는 커피박 재활용이 기후변화 억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그는 "커피박 같은 유기물 성격의 폐기물은 땅에 매립돼 분해되는 과정에서 메탄을 배출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커피박 재활용은 기후변화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 능력이 20배나 강하다.

남 대표는 "이 기술이 널리 알려진다면 유기물 쓰레기를 가치 있는 자원으로 만드는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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